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주 금리를 인하할 것이 유력시되는 상황에서 국제금융시장의 환투기 자금들이 아시아 쪽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금융정보 전문 서비스 블룸버그와 환시장 분석가들은 20일 이것이 아시아주요 통화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으로 이어지고, 더 나가 해당국 중앙은행의 개입도 유발하는 식의 `통화 전쟁' 조짐마져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의 싱가포르발 기사는 외환시장에서 한국 원화를 비롯해 대만 달러, 필리핀 페소 및 태국 바트화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FRB가 내주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그 추세가 가속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서울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환투기가 해당국의 경제전망에 대한 기대감과, 수익성으로 환산되는 `돈값'이라는 두가지 변수에 좌지우지된다"면서 이들 아시아 통화가 조명받는 이유는 이 두 변수를 모두 충족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미국의 금리가 떨어질 경우 달러 보유의 매력이 감소되는데 반해 한국, 태국, 대만 및 필리핀 등의 통화에 대한 투자 가치는 상대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3-6개월을 내다보고 환시장에 들어가는 헤지펀드의 경우 이같은 변수에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아시아 주요 통화에 큰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문제는 환자금이 몰리는 아시아 주요 통화들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UBS 싱가포르 법인의 통화분석 책임자 바누 바웨자는 블룸버그에 "아시아 주요 통화에 대한 환자금 유입이 해당 통화들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딜러들은 그러나 아시아 주요 통화에 대한 투자가 마냥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통화 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은 거꾸로 해당국의 수출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특히 수출에 성장의 상당 부분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아시아국들이 이를 마냥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중앙은행이 개입하게 된다는 얘기다. JP 모건 체이스의 타이베이 소재 수석딜러 제임스 양은 "대만달러가 미달러에 대해 약세 또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다"면서 그러나 "평가절상 요인이 본격 가시화될 경우 대만 중앙은행이 즉각 개입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경우 특히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수출의 비중이 지대함을 상기시켰다. 그는 태국의 경우 수출시장 여건이 좋지않은 상황에서도 정부가 지난 16일 올해 수출신장 목표를 8.5%에서 9.5%로 상향조정한 것도 이런 속사정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스탠더드 차터드 싱가로프 소재 수석외환분석가 클라우디오 파이런은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필요할 경우 분명히 달러를 매도해 자국통화 가치의 수위를 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국 기업들의 달러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해당국의 자국통화 가치 방어에 어려움을 더하는 요인이다. 블룸버그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국영석유회사 페르타미나를 포함한 주요 기업들이 늘어나는 수입대금 결제를 위해 달러를 더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딜러들은 블룸버그에 FRB가 내주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유력시된다면서 이렇게되면 인도네시아 루피아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 통화가 환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투자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의 금리가 더 내려감으로써 향후 미국의 성장이 촉진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으며 이것이 환투기 양대 변수의 하나인 해당국 경제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 오히려 달러로 관심이 회귀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환시장의 자금 이동이 이처럼 복잡한 구도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더욱이 주요 투자자들이 시장을 2-3단계 더 멀리 내다보고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변수만으로 시장을 속단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