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을 넘어 미국으로 직행한다." 안종관 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축구대표팀이 21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5시 태국 방콕에서 일본과 2003미국월드컵 지역예선을 겸한 제14회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3.4위전을 벌인다. 이번 경기는 한국 여자가 이제껏 밟아보지 못한 월드컵 본선 직행티켓 1장이 걸린 양보할 수 없는 일전. 만일 한국이 패할 경우 객관적 전력에서 밀리는 북중미 강호 멕시코와 플레이오프에서 마지막 티켓을 다퉈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안종관 감독은 선수들이 섭씨 35도를 넘는 무더위 속에 벌써 5경기를 치러 체력이 바닥난 상황이지만 일본 역시 준결승에서 북한에 0-3으로 완패해 상승세가 한풀꺾인 만큼 충분히 해볼만한 한판이 될 걸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16일 남북대결에서 세계 수준의 북한과 2-2로 비겨 자신감을 완전히 회복했고 19일 중국전에서도 비록 분패하긴 했지만 실점후 곧바로 만회골을 터뜨리며 따라붙는 특유의 끈기를 보여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여자실업팀 대교 캥거루스의 최추경 감독은 "지금의 상승세라면 일본과도 최소한 5-5 경기는 할 걸로 본다. 내용에서는 우리가 앞설 수 있고 마무리만 잘 하면 승산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한국 여자축구는 대표팀을 꾸리기 시작한 90년 이후 일본과의 역대전적에서 단1승도 건지지 못한 채 5무8패로 절대 열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도 2001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1-2로 졌고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에서도 시종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0-1로 고배를 마셨다. 한국은 그러나 장신 공격수 박은선(위례정산고)과 부동의 스트라이커 이지은(INI스틸) 등 공격라인의 화력이 하루가 다르게 강화되는데다 전체적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돼 이번 만큼은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세다. 준결승 중국전에서도 예전같으면 전반 18분까지 2골을 내준 상황에서 완전히 무너져 참패를 면하지 못했겠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달랐다. 대부분 1진이 정상 출격한 세계 최강 수준팀을 막판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공세를 늦추지 않는 특유의 투지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업팀 3개에 성인 등록선수가 고작 244명(대학부 포함)에 불과한 한국 여자축구가 월드컵 처녀 출전의 위업을 달성하고 세계무대에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일본을 제치고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지은 북한은 같은날 오후 8시 중국을 상대로 아시아선수권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북한은 2001년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에서내리 우승해 이번에도 중국을 꺾을 경우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확인하게된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