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으로 고객 불안이 확산되자 조흥은행의 예수금은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이에 따라 조흥은행은 유동성 위기가 거론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은행이 19일 조흥은행의 요청을 받아 2조원을 긴급 수혈한 것도 이러다가 '지급불능' 사태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었다. 썰물처럼 빠진 예수금 =조흥은행의 예수금은 총파업을 선언한 지난 11일 불안해진 고객들이 앞다퉈 예금을 인출하면서 하루 사이 9천8백80억원이 빠져 나갔다. 전직원이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한 16일에는 8천3백19억원, 17일 4천3백27억원 등이 이탈했으며 파업에 돌입한 18일에는 8천6백94억원이 한꺼번에 인출되는 등 매일 수천억원씩 빠져 나갔다. 예금 인출 사태가 지속되면서 조흥은행은 파업 하루 만에 자금 부족 상태에 빠졌다. 미처 현금을 충분히 확보해 두지 못한 일부 영업점은 금고가 텅 비어 다른 은행에서 황급히 조달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은행 전체로는 자금 부족 누계액이 18일 1조8천억원에 달했고 19일에는 2조5천억원, 20일에는 4조원 등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조흥은행은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18일에만 하루짜리 콜자금 8천억원을 차입하는 등 다른 은행과 투신 등에서 조달했다. 파업 전 금융채 발행으로 1조원을 마련하는 등 자금을 비축했으나 이미 바닥난 상태여서 추가로 유가증권을 내다팔아야 할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은이 자금을 지원, 조흥은행이 지불불능 사태는 벗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예금이 계속 인출될 경우 은행이 우량 자산을 팔아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 긴급 지원대책 마련 =조흥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자 정부는 긴급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으며 한은은 18일 환매조건부 채권(RP) 매입 방식으로 조흥은행에 2조원을 긴급 수혈했다. 한은은 앞으로 조흥은행이 유동성 부족을 또 겪을 경우 같은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이는 만기가 하루짜리여서 간신히 숨을 이어가는 효과가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한은은 또 예금 인출이 계속될 경우 조흥은행이 '유동성 조절대출'을 적극 활용토록 지도한다는 방침이다. 유동성 조절 대출이란 은행이 거래기업에서 받은 어음을 담보로 한은이 대출을 해주는 제도다. 조흥은행의 한도는 현재 3조원으로 책정돼 있으며 대출기간은 1개월, 금리는 연 3.75%다. 한은은 필요할 경우 조흥은행의 한도를 증액해 주기로 했다. 정부는 조흥은행의 유동성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한은 당좌계정의 조흥은행 지급준비금 예치금을 풀거나 조흥은행 지준 예치금을 다른 은행으로 일부 돌려 고객들이 다른 은행 점포에서도 돈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비상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