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선명성 경쟁이 노동계의 '하투(여름투쟁)'를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조흥은행 파업에 공권력이 투입되면 산하 전조직이 파업에 동참하고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는 등 유례없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18일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만약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파업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할 경우 금융산업노조 산하 은행노조는 물론 한국노총산하 전조직이 총파업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며 "노사정위 탈퇴 등 각종 정부기구 참여를 중단하고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성명은 참여정부 들어 민주노총으로 옮겨가는 산하 단위노조들이 늘어나자 위기를 느껴오던 한국노총이 산하 조흥은행 노조의 파업을 계기로 강성투쟁 국면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대형 사업장을 근간으로 투쟁 중심의 노동운동을 펼치며 세력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민주노총과의 선명성 및 투쟁성 경쟁을 의식한 한국노총의 강경노선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산업현장은 일파만파의 혼란에 휩쓸리는 모습이다.


양대 노총이 선명성 경쟁으로 치닫게 된 데는 참여정부의 편향되고 미숙한 노동정책도 일조를 했다.


현정부는 출범 이후 주로 강성 투쟁을 표방하는 민주노총에 귀를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온건노선을 채택해온 한국노총이 노동계 세력 판도에서 밀리는 형세가 되면서 위기를 느낀 나머지 강성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 불붙은 파업 경쟁 =참여정부가 민주노총에 신경을 많이 쏟는 것으로 인식해온 한국노총은 최근 들어 단위조합 이탈이 가속화되자 "합리적 노동운동 노선을 고수하다가는 조직 자체가 와해된다"는 강박감을 느껴왔다.


국면전환 계기를 노려온 한국노총은 조흥은행사태를 조직 결집 기회로 잡았다.


우선 이번 파업을 주도하면서 한국노총의 존재를 산하 노조와 참여정부에 인식시키는 한편 오는 30일로 예정된 총파업에까지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지난 95년 출범 이후 매년 총파업을 벌이며 조직 확장에 성공한 민주노총은 올해도 21일 전교조의 연가 투쟁을 신호탄으로 궤도노조 연대파업(24일), 철도노조 파업(28일), 금속연맹 총파업(7월2일), 보건의료노조 파업(7월9일) 등 연쇄파업을 벌이며 조직 결속을 다질 예정이다.


조직의 생존을 위해 양대 노총간 치열한 총파업 경쟁이 벌어지면서 노사현장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양 노총의 조합원 수는 2001년 말 현재 한국노총 85만여명, 민주노총 68만여명.


95년 민주노총 출범 당시 한국노총 1백20만8천여명, 민주노총 40만6천여명에 비해 격차가 크게 줄었다.


여기에다 한국노총의 중심에 있던 철도노조와 지하철부문 노조가 잇달아 민주노총으로 옮기면서 한국노총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 한국노총 왜 강경해졌나 =지난 정권까지만 해도 온건노선을 표방해온 한국노총은 정부나 재계로부터 노동계의 유일한 협상 파트너로 인정받아온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한국노총은 국가경제를 책임지는 경제주체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무리한 요구나 투쟁은 지양해왔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강성 투쟁을 표방하는 민주노총에 주로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노총은 대화와 타협을 모색하다가는 조직이 와해될지 모른다고 우려해 왔다.


강훈중 한국노총 홍보국장은 "그동안 국가경제 전체를 고려하며 온건노선을 걸어온 운동방식이 이번 정권 들어 좋지 못한 결과만 가져 왔다"며 "대접을 받기 위해서라도 강하게 투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경제가 어려우면 고통분담 차원에서 임금인상 요구를 최대한 자제하고 산업평화선언도 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만 냈다"고 덧붙였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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