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부 2인자인 조명록(73)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군 총정치국장)의 와병설이 일부 외신에 의해 제기되면서 북 수뇌부의 `고령화'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의 일부 언론은 최근 조 부위원장이 지난 4월말 베이징(北京)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이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건강악화설을 보도했다. 북한 군부의 최고 핵심인물인 조 부위원장은 2000년 10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함으로써 2인자임을 서방세계에 알렸고 지난 4월말에는 북ㆍ미ㆍ중 3자회담 직전에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 고위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며 막후에서 모종의 역할을 수행, 건재함을 과시했다. 현재까지 조 부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이 나타났다고 예단할 징후는 없지만 70을 넘긴 고령인데다 2001년 7월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강악화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 부위원장의 예에서 보듯이 북한의 고위 인물을 둘러싸고 이따금씩 `건강이상설'이 나도는 것은 북 수뇌부가 고령화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고인민회의 주석단(主席團) 서열 15위권 내 인물들의 연령분포는 80대 5명, 70대 8명, 60대 2명 등으로 대부분 칠순을 넘겼다. 조 부위원장과 홍성남(74) 내각 총리, 김일철(70) 인민무력부장, 최영림(74) 중앙검찰소장 등이 70대고 리을설(82) 원수, 한성룡(80) 경제담당 당 중앙위 비서, 리용무(80) 국방위 부위원장 등은 80객이다. 또 백학림(85) 인민보안상과 김철만(85) 제2경제위원장은 아흔을 바라보고 있고 서열 2위인 김영남(75)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백남순(74) 외무상은 70을 넘긴지 오래다. 이들에 비하면 60대인 김정일(61) 국방위원장과 김영춘(67) 군 총참모장, 김용순(66) 대남 담당 비서 등은 젊은층에 속한다. 결국 군부와 정치, 외교, 경제 등 주요 분야의 실력자 대부분이 70-80대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북한 상층부가 노쇠화하면서 현직에서 사망하는 경우도 드러 있다. 지난 98년 선출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가운데 최원익 강원도당 책임비서, 강석숭 당 역사연구소장, 리성복 당 서기실장, 당 중앙군사위원 리두익 차수 등 고위직들이 재직 중 사망했다. 한편 김일성 주석은 지난 94년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고 그의 오른팔이던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은 폐암으로 95년 78세로 사망한 바 있다. 북 수뇌부의 이 같은 고령화는 김정일 체제의 견고성을 보여주는 것 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개방정책 추진이나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경제관리 개선조치시행에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prince@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