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17670] 이사회가 17일 SK글로벌[01740]지원 확약서 제출을 사실상 거부함에 따라 매출채권 8천500억원 출자전환 등을 의결한 SK㈜[03600] 이사회의 효력 무효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SK㈜ 이사회는 지난 15일 대표이사의 서명이 들어간 SK텔레콤 확약서 제출을 전제조건으로 매출채권 출자전환과 주유소 지분 원상복귀 등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소버린 자산운용과 헤르메스 자산운용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명인과 SK㈜ 노동조합 등은 "SK㈜ 이사회가 전제조건 불충족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를 지켜본 뒤 법적 대응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SK글로벌 채권단은 17일 오후 3시부터 채권단 협의회를 열고 채권단의 출자전환 규모 등 SK글로벌 정상화 계획을 확정지을 방침이지만 채권단간 이해가 엇갈려 진통이 예상된다. ◆SK텔레콤 이사회 확약서 제출 거부 = 16일 밤 늦게 개최된 SK텔레콤 이사회는"통상적 상거래 차원의 거래 이외에 일방적인 SK글로벌 지원을 위한 거래는 하지 않을 것이며 지원 확약서를 채권단에 제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이사회는 또 SK글로벌 정상화 계획에 포함된 향후 5년간 연평균 4천300억원의 EBITDA(법인세.이자 및 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 달성목표와 관련, 인위적인 EBITDA 목표치를 정하지 않고 SK텔레콤의 기업가치 제고와 병행 추진키로 했다. 이와 관련, SK텔레콤은 보도자료를 내고 "SK글로벌 전용회선 임대사업이나 단말기 유통사업 등 거래관계는 임의적인 물량 축소나 확대없이 객관적 타당성을 전제로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혀 이들 사업규모를 확대해 달라는 SK㈜와 채권단측 요구를사실상 수용하지 않았다. 또 SK글로벌 지원 확약서 제출요구에 대해 추후 SK㈜의 공식요청이 있을 경우이사회에서 논의키로 했다고 밝혔으나, 이 회사 관계자는 "SK글로벌 지원을 전제로한 확약서를 제출할 계획이 없다"고 말해 "SK텔레콤 이사회가 사실상 확약서를 승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SK그룹측 일부 언급을 일축했다. ◆SK㈜ 이사회 의결 무효화 가능성 = SK㈜는 지난 15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SK글로벌 매출채권 8천500억원 출자전환 등을 의결하면서 전제조건을 달았다. 그중 하나가 'SK글로벌 경영정상화 계획과 관련한 SK텔레콤의 확약서는 SK텔레콤 이사회의 승인 및 대표이사의 서명이 완료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SK텔레콤 이사회가 사실상 확약서 제출을 거부함에 따라 출자전환을 포함한 SK㈜ 이사회 의결사항의 효력무효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법무법인 명인의 김석연 변호사는 "SK텔레콤 이사회의 확약서 제출 거부로 SK㈜이사회가 제시했던 전제조건중 하나가 충족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일단이 부분에 대한 SK㈜ 이사회의 결정을 지켜본 뒤 법적 대응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SK㈜ 노동조합도 "SK텔레콤 이사회가 확약서 제출을 거부한 이상 SK㈜ 의결사항의 전제조건이 성립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효력 무효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면서"법률자문사와 이 부분에 대해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SK㈜ 관계자는 "지난 15일 이사회에서 채택한 전제조건은 매출채권 출자전환 등의 의결사항이 효력을 발생하는 데 필요한 필수요건"이라며 "전제조건이 성립되지않을 경우 이사회 의결 무효화 가능성이 있지만 SK텔레콤 이사회 의결 내용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K그룹, "SKT 이사회 확약서 승인한 셈" = SK그룹은 17일 SK텔레콤의 확약서논란과 관련, "SK텔레콤 이사회가 SK글로벌과의 정상적 거래관계를 유지키로 한 만큼 채권단이 요구하는 확약서를 이사회가 승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SK그룹 관계자는 "SK텔레콤이 향후 SK글로벌[01740]과의 정상적 거래관계를 유지하기만 해도 채권단에 밝힌 SK글로벌의 향후 목표 EBIDTA 달성이 가능하다"면서이같이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SK글로벌의 EBIDTA를 맞추기 위해 SK텔레콤이 SK글로벌의 전용망이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려면 SK텔레콤의 향후 신규 수요중 80%만 있어도 되기 때문에 이는 지원적 성격의 거래가 아니라 통상적이고 정상적 거래만으로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SK그룹의 이같은 해명은 SK텔레콤 이사회 결의내용을 자기 편리할 대로해석한 일종의 '아전인수격' 해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박근용 간사는 "SK그룹이 말로는 '정상적 거래'를 강조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부당지원에 해당하는 거래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2조원 이상 출자전환 결의예정 = SK글로벌 채권단은 17일 전체 채권6조1천억원 가운데 2조원 이상을 출자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상화 방안을 결의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그러나 해외채권단 동의와 SK그룹의 SK글로벌 지원 확약서 제출을 조건부로 이러한 채무 재조정안을 승인할 예정이어서 추후 논란 가능성이 엿보인다. 채권단의 출자 전환 규모는 당초 1조7천억∼1조8천억원선으로 예상됐으나 캐시바이아웃(채권액의 30%를 받고 나머지는 탕감)에 참여하는 기관이 예상외로 많지 않아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채권단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캐시 바이아웃에 참여하는 채권기관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채무 면제 이익이 커지면서 나머지 채권기관들의 출자 전환 규모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캐시 바이아웃 참여 규모에 따라 출자 전환 비율이 달라지기때문에 다른 은행들의 동향을 봐가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각 은행의 담당 임원들이 다양한 대안을 들고 회의에 참석해 현장에서 직접 결정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은 SK텔레콤이 전날 이사회에서 SK글로벌 지원 확약서를 제출하지않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확약서 제출을 조건부로 출자 전환을 승인한다는 방침을굽히지 않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SK글로벌이 제시한 연간 4천300억원의 EBITDA를 창출하려면 SK텔레콤 등 SK그룹의 지원이 관건"이라며 "SK측이 이를 확약하지 않으면 출자 전환자체가 의미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기자 passio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