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회장에 대한 법원의 실형 선고는 그룹 총수의 경영권 안정 등을 위해 계열사의 부실을 부당하게 다른 계열사에게 전가시키고 계열사에 부담을 지워온 재벌의 경영행태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할 수있다. 이번 판결에서 주목되는 것은 ▲ SK글로벌 분식회계 및 사문서 위조 ▲ SK증권과 JP모건의 주식 이면계약 ▲ 워커힐호텔과 SK㈜ 주식의 맞교환 등 검찰이 제기한3대 주요 공소사실에 대해 법원이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는 점. 특히 이번 판결은 재벌들의 상습적인 부당 내부거래나 편법 증여 등 행위에 대해 사법적 단죄를 내린 것으로 해석돼 재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SK측은 당초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잘못을 시인했으나 나머지 두혐의의 경우 무죄를 주장하며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여왔던 상황에 비춰 검찰과 변호인측의 법리논쟁은 일단 검찰측 승리로 끝난 셈이다. 주식 맞교환에 대한 유죄 선고는 비상장 주식의 가치평가 방식에 대한 뚜렷한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맹점을 악용, 지배권 확보수단으로 악용해온 재벌 일가의 관행에 대해 첫 사법적 판단을 내렸다는 의미가 있다. 검찰이 현재 삼성그룹의 변칙상속.증여 혐의 고발 사건에 대한 기초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9일부터 총수 일가를 포함, 재벌의 부당내부거래조사를 시작한 가운데 나온 판결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다만 재판부는 "주식맞교환의 위법성은 주식교환에 대한 사전검토나 납득할 만한 가격흥정 절차가 부족했기 때문이지, 동일한 가치평가방식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다"며 상이한 주식 평가방식을 적용했다는 공소 이유를 내세운 검찰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함께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도외시하고 계열사를 동원, 다른 계열사의 부실을 떠넘기거나 총수의 개인적 이득을 취해온 그룹과 총수 중심의 경영구조에도 일침을 가하고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강조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각 범행은 그룹 전체의 이익이라는 미명하에 부당한 내부지원을 통해계열사와 채권자, 국민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안겨줬다"며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근간을 해하는 범죄를 저지른 만큼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경실련 박용근 경제개혁센터 팀장은 "검찰 수사 전만 해도 정상기업 활동을 영위하던 SK그룹에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 유죄 판결까지 받아낸 것은 `살아있는 기업'도 더이상 성역이 될 수 없는 의지를 보여줬다"며 "아울러 계열사의 독립경영과 기업투명성을 강조하는 법원의 강한 메시지로 이해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 회장에 대해 구형량의 절반인 징역 3년이 선고되고 나머지 피고인이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은 이들이 개인적 이득을 취한 것이 없고 SK그룹이 위기상황에 처해있다는 특수성이 존재하긴 하나 엄단 의지가 다소 퇴색된 것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