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마는 달리고 싶다.' 이 푯말 만큼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말도 없을 듯하다. 북녘을 향해 달리던 기적소리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철길은 아직도 잡초 속에서 녹이 슨 채 버려져 있다. 더 이상 달리지 못하고 멈추어서 버린 철마는 곧 조국의 현실이기에 모두가 안타까워하는 것 같다. 오죽했으면 한 시인은 "원혼의 나라 조국아,너를 이제까지 지켜온 것은 모두 비명뿐"이라고 노래했을까. 이러했기에 지난 2000년 9월에 거행된 경의선복원공사 기공식은 각별한 관심을 끌었다. 온 국민이 설레는 마음으로 북측의 급작스런 변화를 지켜 보았다. 달리고 싶다고 절규하는 철마가 반세기가 넘는 한을 풀면서 금세라도 휴전선을 넘어 북으로 북으로 내닫는 '희망열차'로 변신하는 기대에 부풀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희망열차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남북의 복잡한 사정으로 차일피일 미루어져 실망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남북을 잇는 경의선과 동해선이 오는 14일 동서 두 곳의 군사분계선에서 연결행사를 갖는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경의선은 북측 구간 공사가 아직 남아 있고 동해선 공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군사분계선상에서 두 철도가 연결된다는 것은 예전의 기공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의미를 가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는 우리 경제가 도약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으며,동북아 물류중심국가로 발돋움하는 전기가 될 것이라는 낙관도 가지게 한다. 두 철도가 연결되면 중국횡단철도와 몽골횡단철도로 이어져 유럽까지의 육로수송이 가능해 경제적인 효과가 지대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본이 대륙침략을 위해 건설한 경의선과 동해선은 해방과 함께 남북이 분단되면서 그 해 9월 철길이 끊겼다. 이번 연결은 58년만에 철도분단의 마침표를 찍는 셈인데,유라시아를 향해 달리게 될 철마는 남북화해는 물론 민족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갈 것으로 보여 기대된다. 다만 북한이 정치적인 고립탈출의 한 방편으로 연결행사를 이용하지 않고 진지한 자세로 임하기를 바랄 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