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세수(稅收) 확대와 조세형평성 제고'를 위해 올해중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을 대폭 축소하겠다던 계획을 내년 총선 이후로 늦추기로 했다. 또 연매출 4천8백만원 이하 간이과세자의 범위를 축소ㆍ조정해 조세를 강화하겠다던 방안도 백지화를 검토하고 있다. 총선을 10개월가량 앞둔 상황에서 이처럼 주요 세제 개편안이 잇달아 손질됨에 따라 정부 정책의 '총선용 변질'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10일 올해 예정대로 부가세법을 전면 개정하되 면세 및 영세율 적용 대상은 가급적 손대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경부 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1주택 양도세 부과 방침이나 부동산 보유세 강화방침 등으로 국민들 사이에서 과세 강화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부가세 감면 축소작업은 가급적 내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9일 청와대 '국정과제 회의'에서도 이같은 방안에 대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77년 이후 25년 만에 실시되는 부가세법 개편은 총선이라는 정치적 변수 때문에 감면 대상 축소라는 골자를 빼고 시행돼 '알맹이 없는 전면 개편'이라는 비판을 면키 힘들게 됐다. 정부는 지난해 국세(96조1천억원)의 13.0%(14조4천억원)를 감면해 줬는데 이중 20%(2조8천9백억원)가 부가세 감면액이었다. 부가세 감면 대상중 영세율 적용 대상과 면세사업자는 매출세액 부가세를 면제받는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영세율 사업자가 매입세액 부가세(10%)를 환급받는다는 점에서 혜택이 더 많다. 정부와 청와대는 또 전체 부가세 납세자의 7.2%에 달하는 간이과세 대상중 상당수가 위장 매출 신고자인 것으로 보고 간이과세 기준금액(연 매출 4천8백만원 이하)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으나 이를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간이과세 기준을 낮추면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엄청난 반발을 사게 될 것"이라며 "신용카드 사용을 확대하고 매출 전산분석 등 행정력을 동원해 위장신고를 막는 방안을 우선 강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경부는 이와 관련, 내달께 부가세법 개편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우선적으로 축소해야 할 면세 및 영세율 적용 대상을 찾아내 올해는 감면 대상을 소폭 줄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세 전문가들은 지난해 면세 적용 제외 대상으로 지정됐다가 번복된 바 있는 '미용목적 성형수술' 등이 이번엔 면세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