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美 HMGMA 준공식…정의선 "트럼프 초청 영광"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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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GMA, 현대차그룹 3번째 美 생산기지
최첨단 제조 플랫폼 도입…그룹 역량 집약
수소 생태계 구축 등 미래형 공장
최첨단 제조 플랫폼 도입…그룹 역량 집약
수소 생태계 구축 등 미래형 공장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 한 곳이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치열한 격전지인 미국에 최첨단 제조 혁신 거점을 구축해 '톱티어(최상급) 자동차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굳힌다.
현대차그룹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HMGMA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성장을 견인하는 전략적 생산 기지다. 이틀 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밝힌 210억달러(약 31조 원) 규모 대미 투자의 핵심 거점이다.
준공식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버디 카터 연방 하원의원, 앙헬 카브레라 조지아공대 총장, 조현동 주미 대사와 장재훈 부회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 HMGMA 임직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정 회장은 “HMGMA는 혁신적 제조 역량 이상의 더 중요한 가치를 의미한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모빌리티의 미래이며, 바로 이곳에서 그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축사를 통해 “HMGMA는 오랜 시간 준비한 결과이며 현대차그룹의 신속한 결정과 실행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조지아주는 이번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한 우수한 대학, 인력 양성 프로그램, 물류, 인프라 등을 기반으로 현대차그룹의 혁신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HMGMA에서 생산하는 아이오닉 5에 직접 서명하기도 했다.
행사장 입구에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HMMA), 기아 조지아 공장(KaGA), HMGMA에서 생산하는 GV70 전동화 모델, EV9, 아이오닉 5가 전시됐다. 로봇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안내를 돕는 등 그룹의 미국 생산 네트워크와 현지 법인들이 함께했다.
준공식에 앞서 켐프 주지사 등 주요 참석자들은 정 회장과 함께 프레스에서 의장에 이르는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로봇과 조화를 이루는 인간 중심 제조 공정에 관심을 보였다.
2022년 10월 첫 삽...연산 30만대 규모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HMMA, 기아 KaGA)에 이어 미국 내 세 번째 생산거점인 연산 30만 대 규모의 첨단 기술 기반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기로 결정하고 2022년 10월 첫 삽을 떴다.HMGMA는 지난해 10월 아이오닉 5 생산을 개시했고 이달 현대 전동화 플래그십 SUV 모델 아이오닉 9 양산에 돌입했다. 내년에는 기아 모델도 추가 생산 예정이며 향후 제네시스 차량으로 생산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혼류 생산 체제 도입을 통해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차종도 내년에 추가 투입, 미국 시장 소비자들의 다양한 친환경차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번 HMGMA 준공으로 현대차그룹은 미국 생산 100만 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2005년 앨라배마주에 현대차 공장을 가동하며 현지 생산 도전장을 내민 지 20년 만에 이룬 성과다. 추가로 향후 20만 대를 증설해 120만대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00년 40만대 판매에 머물던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가동을 기점으로 2006년 75만대, 기아 조지아 공장 준공 이듬해인 2011년에는 113만대로 판매가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171만대를 판매하며, 국내 판매 125만대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우수한 상품성을 갖춘 신차 출시와 함께 미국 공장을 통해 현지 고객 니즈를 생산에 신속 반영하는 등 시장 대응력을 높인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혁신 기술 집약된 HMGMA
HMGMA는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개발·실증한 첨단 제조 기술을 본격 도입했다. 우선 최신 자동화·인공지능(AI)·정보기술(IT)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 전 과정의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운영에 활용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으로 구현됐다.첨단 로봇이 고중량·고위험 공정이나 복잡한 점검이 필요한 검사를 담당하고, 쾌적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등 인간 친화적 공간으로 구성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도 차체의 복잡한 사양을 정밀하게 확인하는 공정을 책임지며 협업한다. 향후에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올 뉴 아틀라스’가 시범 투입될 예정이다.
또한 HMGMA는 개방형 구조와 풍부한 자연광 등을 적극 활용해 사무실부터 생산 구역까지 임직원이 최적의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부지 내 산책로, 운동장, 피크닉 공간 등으로 구성된 16만5000㎡(약 5만평) 규모의 생태공원도 조성 중이다.
완성된 차량의 품질 검사장 이송 또한 48대의 주차 로봇이 담당한다. 2대의 주차 로봇이 완성차 전면과 후면을 각각 들어 올린 뒤 관제 시스템(PCS)과 통신하며 지정된 위치로 안전하고 빠르게 차량을 이송해준다.
HMGMA 외부 공급망은 세계 최고 수준의 현대차그룹 수소 모빌리티를 활용해 친환경적이고 지속할 수 있는 물류 체계 기반을 조성했다. 21대의 현대 엑시언트 수소 전기 트럭이 HMGMA로 부품을 운송하며 청정에너지 수소 생태계 확장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연계해 미래차 클러스터 형성
HMGMA 전체 부지 면적은 1176만㎡(약 355만 평)로 여의도의 약 4배에 해당하는 규모다.부지 내에는 프레스-차체-도장-의장 라인으로 이어지는 완성차 생산공장뿐 아닌 차량 핵심부품 계열사 및 배터리셀 합작 공장도 있다. HMGMA에 부품을 공급하는 인근의 국내 협력사까지 연계 ‘첨단 미래차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현대트랜시스 등 4개 계열사가 HMGMA 부지 내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부지 내 통합물류센터와 출고 전 완성차 관리센터를 운영한다. 자율 비행 드론이 부품 재고 현황을 실시간 파악하고 수요 기반 데이터를 통해 부품 수량을 예측함으로써, 적기에 HMGMA에 부품을 공급할 수 있다.
현대제철은 부지 내 조지아 스틸 서비스 센터(SSC)에서 경량화와 충돌 안전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초고강도강 소재의 자동차용 강판을 가공해 HMGMA에 공급한다. 현재, 연간 자동차 20만 대분의 강판 공급이 가능하며, 향후 40만대 분까지 공급 능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현대트랜시스는 탑승자의 신체와 가장 많이 닿으며 자동차 상품성을 결정짓는 주요 부품인 시트와 이를 지지하는 시트 프레임을 HMGMA에 조달한다. 연간 42만 대의 자동차에 고품질 시트 공급이 가능하다.
HMGMA는 같은 조지아주에 있는 기아 공장과는 약 420km, 앨라배마주 현대차 공장과도 약 510km 떨어진 거리여서 부품업체들의 안정적 공급처 확보가 가능하다. HMGMA를 계기로 17개 협력사가 조지아주에 신규 혹은 추가 진출해 판로 확대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 경영진 총출동...정 회장 "관세 문제, 정부 기업 힘 합쳐야"
정 회장은 이날 준공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발표를 예고한 상호관세 및 자동차 관세와 관련해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 회장은 "관세 발표 이후 협상은 정부 주도하에 개별 기업도 해야 하므로 그때부터가 시작이 될 것"이라며 "관세는 국가 대 국가의 문제이기 때문에 한 기업이 어떻게 한다고 해서 관세 정책이 크게 바뀔 거라고 생각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에 (현지 투자가) 조금 좋은 영향이 있다면 저희로서는 굉장히 노력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관세 부과 예고일인) 4월2일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의 이 발언은 백악관이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자동차 산업에 대한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나왔다.
그는 백악관에서 투자를 발표한 배경에 대해선 "원래 여기 공장으로 초청했는데 루이지애나주에 제철 전기로 공장을 건설한다는 얘기를 듣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러면 백악관에서 발표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발표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우 큰 영광이었다. 주지사나 상·하원 의원들과 같이하게 돼 영광이었다"면서 "2019년 트럼프 대통령 방한 시 이미 미국 공장을 지을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 이해를 잘 해주셨다"고 말했다.
장재훈 부회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HMGMA는 품질과 생산성 분야에서 최신 기술을 도입해 고객에게 좋은 품질의 차를 인도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며 "유연성을 갖고 고객 니즈, 변화에 적시 대응할 수 있어서 상당히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부회장은 관세에 관해 "결국 현지화할 수밖에 없어 그 역량을 더 키워야 한다"며 "미국에서 170만대를 팔고 있는데 그중 절반을 여기서 만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도 "HMGMA에서 생산되는 물량의 40%는 기아 차종으로 만들 것"이라면서 "첫 번째 차가 투입되는 시점은 내년 중반"이라고 말했다. 첫 출시 차종에 대해선 "전기차보다는 미국에서 수요가 커지고 있는 하이브리드차를 첫 번째 차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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