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박물관이 각국의 문화재 반환요청을 현안으로 안은 채 지난 주말 개관 250주년을 맞았다. 제국주의 권력의 전시장으로 세계 각지의 유물들을 끌어모아 설립된 이 박물관은 일부 국가의 반환요청과 9.11테러 이후 악화된 예산압박 등으로 기쁘면서도 씁쓸하게 250년 역사를 되돌아보는 각종 행사를 치르고 있다. 지난해 취임한 닐 맥그리고어 관장은 "대영박물관의 요체는 모든 이에게 세상을이해할 권리가 있다는 신념, 박식한 사람만이 자유시민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이라고말하고 "이런 신념은 지금이나 250년 전이나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초의 국립박물관인 대영박물관은 1753년 6월 7일 의회 조례에 따라 런던블룸스베리구(區)의 저택에서 수집가인 한스 슬론경(卿)의 수집유물 7만점으로 창립됐으며 3년 후 처음으로 이집트 미라를 입수해 다음해 공개했다. 창립 당시 직원은 사서 1명과 큐레이터 6명, 짐꾼 1명, 사환 1명, 감시인 2명,그리고 하녀 4명이 전부였다. 현재 이 박물관은 원래 위치에 지어진 웅장한 신식 빌딩에 유물 700만점과 1천명의 직원이 연간 500만명의 관람객을 맞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역사적 유물들을 연구하고 전시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이 박물관은 비판과 반환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스는 오래전부터 2천500년된 파르테논 신전 대리석의 반환을 요구해왔다. 다른 국가들도 문화재 반환을 위해 로비를 벌여왔다. 박물관측은 또 2차대전 당시나치가 약탈한 여러 유물을 보관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맥그리고어 관장은 박물관이 이런 요구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대리석들은 반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고집한다. 그는 "대리석 일부가 대영박물관에 있고 다른 대리석들이 아테네에 남아 있다는건 다행스런 결과"라며 "모든 인류의 업적을 함께 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게 매우 중요하다. 우리에겐 지역적 설치와 함께 세계적인 설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그는 "대영박물관은 항시 세계가 어떻게 한데 어울리는가를 이해하는 장소가 돼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2년 동안 대영박물관은 9.11 테러공격과 영국의 구제역으로 관람객의 60%를차지하는 외국관람객이 줄어들어 예산부족에 허덕여야 했다. 대영박물관은 입장료가무료라 연간 약 3천500만파운드(5천만달러)의 정부지원과 기부금 및 기념품점 수입등에 의존해왔다. 영국 정부가 `국가적 자존심'을 내세우며 모든 주요 박물관을 무료 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영박물관 입장객은 지난해 460만명이었으며 2001년에도 전년의 700만보다 크게 줄어든 480만명에 그쳤다. 경비 절감을 위해 특정 전시품은 한주에 며칠동안 관람 대상에서 제외하고 어떤경우는 하루 3시간반만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개관 이래 처음으로 150명을감원해 직원들이 하루 파업한 적도 있다. 대영박물관은 개관 250주년을 맞아 왕립교향악단 연주와 인도와 일본의 전통음악 연주 및 무용과 특별전시 등으로 2004년까지 각종 행사를 계속한다. 지난 4월 문을 연 '마음관'(Musium of Mind)은 9월까지 박물관의 영구 소장품을본뜬 형상물도 전시한다. 또 '런던 1753년'이란 쇼는 11월까지 계속돼 이 박물관이 탄생한 해의 역사적 환경을 보여준다. 오는 12월에는 250주년 기념의 핵심 행사중 하나를 선보인다. 조지 3세 국왕의장서를 소장한 '국왕도서관'이 복구작업 끝에 재개관돼 대영도서관에 비치돼있던 장서를 옮겨와 일반에 공개하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손재국 기자 jk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