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 9,000선을 넘은 월가는 지금 온통 장밋빛이다. 호재는 호재로 반영되고 악재도 시장에선 악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금은 나쁘지만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지난 금요일(6일) 5월 실업률이 9년 만에 최고치인 6.1%로 발표됐으나 '상황은 좋아지고 있다'는 분석으로 주가가 뛰어 오르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타고 다우지수는 6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면서 2.4% 오른 9,062.79를 기록했다. S&P500 지수는 금요일 장중 한때 1년 만에 1,000선을 돌파하는 등 1주일 사이에 2.51% 상승한 987.76을 나타냈다. 나스닥도 1.97% 오른 1,627.42로 지난 1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3대 주요지수 모두 지난 3월11일 저점에 비해 20% 이상 올랐다. 이는 강세장의 영역으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시장의 실제 내용도 강세장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다. 거래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상승종목이 하락종목보다 많은 날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까지 12일 연속으로 상승종목이 하락종목을 웃돌았다. 지난해 3월 '10일 연속' 이후 가장 많은 기록이기도 하다. 시장에선 낙관론이 우세하다. 특히 지난 6일 소프트웨어 메이커인 오라클이 51억달러에 경쟁사인 피플소프트를 매입하겠다고 제안한 것이 증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오라클의 제안은 '침체됐던 IT시장이 바닥을 쳤고, 하반기부터는 IT를 포함한 전반적인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로 해석됐다. 세계 최대 칩메이커인 인텔이 분기 중간 실적전망을 긍정적으로 발표한 것도 하반기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푸르덴셜증권의 래리 와첼 시장전략가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권시장으로 급속히 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것.기술적인 하락 시점이 임박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6일 오전 급등했던 주가가 시간이 지나면서 낙폭을 크게 줄인 것도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매물이 대거 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지금 월가를 움직이는 것은 경제의 펀더멘털이 아니라 감정"이라며 "아직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가 충분하게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4월 도매재고(9일), 4월 기업재고, 5월 소매매출(12일), 5월 생산자물가와 6월 미시간대 감정지수(13일) 등 경제지표 동향에 따라 이번주 주가가 출렁거릴 것으로 전망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11일 발표예정인 베이지북의 내용도 관심이다. 다우종목 중 증권감독위원회(SEC)의 회계 검사를 받고 있다고 발표한 IBM 주가는 10% 가까이 빠졌지만 휴렛팩커드 인텔 등 다른 기술주들은 강세를 보였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