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일 한.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일본대중문화 개방확대방침을 밝힘에 따라 역사교과서 왜곡과 신사참배 등으로 중단돼온일본대중문화 개방흐름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일본대중문화 추가개방에 브레이크를 걸었던 '과거사'에 대해 공동성명은 "과거역사를 직시하고 이를 토대로 21세기 미래지향적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전진해나아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미래지향'에 무게중심을 둬 개방확대로가닥을 잡았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과거사에 발목이 붙잡혀 미래지향적 관계구축이 저해돼선 안된다는 인식아래 문화 개방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메시지를 이번에 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대중문화 개방은 1998년 10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개방 방침을 천명한 뒤 98년 10월, 99년 9월, 2000년 6월 등 세 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돼오다가 2001년 7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시정 거부에 대한 대응조치로 다시빗장이 걸렸다. 세 차례에 걸친 단계적 개방 과정을 거치면서 공연과 출판시장은 완전 개방됐으며 영화.비디오.음반.게임.방송 프로그램 등의 분야는 부분 개방됐다. 구체적으로는 △주요영화제에서 수상하지 않은 '18세미만 관람불가' 영화 △국제영화제나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미수상 극장용 애니메이션 △국내 미상영 극영화와 만화영화의 비디오 △일본어 가창음반 △게임기용 비디오게임물 △드라마.오락프로그램 방송 △공중파 방송의 영화방영 △국내 개봉작 중 국제영화제 수상작 및 '전체관람가' 영화를 제외한 영화의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방영 등이 미개방 상태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일본대중문화에 대해 '전면 개방'이 아닌 '추가 개방 확대' 원칙을 밝혔기 때문에 이들 미개방 분야의 문이 완전히 열리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분야는 정부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전략산업으로 삼고 집중적인 육성정책을 펴고 있으나 아직은 개방 외풍을 견디기 어려운 미성숙 단계에 있기때문이다. 이중 일본의 성인영화와 애니메이션은 일본 특유의 엽기적 구성과 세련된 화면으로 탄탄한 관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경쟁력있는 상품이어서 국내 영화산업과 애니메이션 업계의 반발이 매우 강해 개방 리스트에서 후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기에다 한.미투자협정(BIT)과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을 앞두고 최근 경제부처와 문화관광부가 스크린쿼터 축소를 둘러싸고 심각한 이견을 드러낸 데서 보듯이 부처 사이에 근본적 인식 차이가 있는 점도 추가 개방 리스트 작성의 난항을 예고한다. 이에 비해 방송은 지난해 '프렌즈'(MBC프로덕션ㆍ일본 TBS)와 '소나기 비 갠 오후'(MBCㆍ후지TV) 등 드라마와 오락프로그램인 '쇼 일요천하-라스트 스테이지'(SBSㆍNTV)가 한.일 합작으로 제작돼 개방 후 교류 확대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비교적빠른 행보가 예상된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일본대중문화 개방 확대 표명은 기본 원칙에 따라 이제까지 해온 것들을 계속해 밀고 나아간다는 의미"라며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고 한국문화산업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문부터 개방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