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6대그룹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조사를 9일부터 실시키로 했으나 왜 하필이면 이 시기에 조사를 강행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최근의 경기침체를 감안해 조사시기가 다소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어 왔고, 노무현 대통령도 불과 며칠 전 취임 1백일 기자회견에서 대기업 투자의 중요성을 유난히 강조했다는 점에서 의외라는 느낌마저 든다. 우리는 공정위가 부당 내부거래 혐의가 드러난 기업을 조사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시비를 걸 생각이 전혀 없다. 하지만 실물경제 활동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이 시기에 과연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면서까지 대규모 조사를 벌여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부 내부에서조차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을 공정위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강철규 공정위원장은 '투자는 투자고,개혁은 개혁'이라는 논리를 펴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불황기 수술론'까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팀의 수장인 김진표 부총리는 "SK글로벌 사태 등으로 경제가 어려운 만큼 조사시기를 조정하는 것이 좋겠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물론 강 공정위원장의 말에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팀의 일원으로서 현실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공정위원장이 그런 원론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투자활성화와 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현실경제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더욱이 공정거래정책도 타 경제정책과 조화롭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이번 공정위 조사는 문제가 많다. 현재 경제팀이 당면하고 있는 최대 과제는 급전직하하고 있는 경기를 살려내는 일이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부동산 투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내렸고,재정건정성 악화를 무릅쓰고 추경편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공정위가 대규모 조사를 벌여 6대그룹의 투자가 위축된다면 같은 경제팀끼리 한쪽에서는 경기활성화 시책을 펴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지금은 공정위의 대규모 조사로 그나마 투자여력이 있는 유일한 주체라 할 수 있는 이들 대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킬 때가 아니다. 공정위 조사는 연기하거나 설령 조사를 하더라도 기업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는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