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상태인 기업이 씀씀이를 늘리거나 선심성으로 직원 임금을 대폭 올려준다면 어떻게 될까. 답은 뻔하다. 얼마 못가 망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식에 비춰볼 때 정부가 2일 발표한 철도사업 구조개혁안은 우려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철도사업의 부실을 도려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확대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철도 구조개혁안의 핵심은 철도청을 민영화하는 대신 시설과 운영 부문으로 분리,각각 철도시설공단과 철도공사로 개편한다는 것이다. 공기업인 철도공사엔 3만명에 달하는 현행 철도청 공무원들이 모두 구조조정 없이 편입된다. 이들은 민간인 신분이 되더라도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정년을 보장받고 공무원 연금 혜택이 주어진다. 1조5천억원에 달하는 철도청 부채는 정부가,아니 엄밀히 말해서 국민의 세금으로 대신 갚아준다. 이렇게 하면 철도사업 부실이 해결될까. "10년 뒤에는 수지 균형을 맞출수 있다"는 게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 관계자의 설명이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대답은 '노'다. 수입은 뻔한데 비용을 줄일수 있는 방법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민간 회사라면 명예퇴직이다 임금삭감이다 해서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지만,정부는 철도노조측에 인력 구조조정은 없으며 정년도 보장한다는 각서를 써줬다. 게다가 임금을 10∼20% 가량 더 올려준다고 약속했으니 부실이 더 커질 것은 물어보나마나다. 비슷한 사례는 한국전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 결정된 배전 부문 분할 민영화 방안은 참여정부 들어 '없었던 일로' 됐다. 한전은 민영화 준비작업이란 명목으로 지난 98년 8월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천2백78억원이란 돈을 썼다. 민영화 논의가 진행되면서 직원들의 임금도 크게 올려줬다. 경영 비효율성을 줄이자는 의도에서 추진된 철도나 전력 민영화 계획이 결국 특정집단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대신 국민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결말이 난 셈이다. 이런 엉터리같은 구조개혁안이 나오게 된 건 순전히 참여정부의 '친노동적 정책' 때문이다. 언제까지 이런 터무니없는 정책을 참아야 하는 것일까. 강현철 사회부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