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식탁보 위에 차려진 도자기 식기들은 그 안에 담겨진 음식을 더욱 정갈하고 맛갈스럽게 만든다. 흙으로 빚어 요장(도자기 가마)에서 구워낸 식기들은 외관상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음식이 잘 식지 않고 변형이 없어 위생적으로도 탁월한 기능을 발휘한다. 깨지기 쉽고 다루기 힘들다는 이유로 그동안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 및 멜라민 식기에 밀렸던 도자기 식기.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소비자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일반 식생활 문화속으로 부쩍 가깝게 다가섰다. 이에 따라 연간 국내 도자기 식기 시장 규모도 2천5백억∼3천억원 수준으로 커졌다. 시장 규모에 따라 성장한 국내 도자기 업체들은 현재 재도약을 위해 한층 더 '내공'을 쌓아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988년 9천4백58만달러에 달하던 수출은 지난해 1천7백10만달러로 내려앉았다. 그나마 수출의 70∼80% 정도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이다. 반면 지난해 한국의 도자기 수입은 4천3백15만달러로 88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영국이나 독일 등에서 수입되는 유럽의 고가 브랜드 제품과 중국의 저가품이 국내 시장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중국산 수입은 전년도보다 58%나 늘어난 6백70만달러에 달했다. 대한도자기타일협동조합에 따르면 현재 국내 도자기업체 수는 약 1천2백여개로 추산된다. 그러나 95% 이상은 종업원 10인 이하,매출억 5억원 이하의 영세한 규모다. 특히 감상용 도자기 상품의 수요가 한계에 부딪치면서 이천 여주에 몰려있는 1천여개의 요장들이 대부분 생활식기로 전환한 상태라 국내 업체간 경쟁도 만만치 않다. 도자기식기는 무늬를 입히는 전사작업이나 조각뿐만 아니라 표면 및 손잡이 등을 점검하는 마감처리도 대부분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여전히 노동집약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또 재료비(22%)와 인건비(32%) 비율이 높고 주요 고급 원료는 거의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도자기업계에는 설비자동화 및 연구개발 능력향상,국내 원료 및 소재기술 개발,독자 브랜드 개발,기능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 등 여러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또 대부분의 요식업체들이 도자기 식기의 사용을 당연시하는 유럽이나 일본 중국 등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국내 소비시장의 수요를 키우는 것도 당면과제중 하나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도자기 식기 시장의 대표 주자로는 한국도자기와 행남자기를 꼽을 수 있다. 60여년의 역사를 가진 이들은 지난해 한국도자기가 5백89억원,행남자기가 5백6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미국의 레녹스,독일의 빌레로이앤보흐,일본의 노리다케 등 해외 유명 업체들에 납품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서양식 생활식기와는 차별화된 전통도자기를 제작하는 광주요도 그릇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도자기타일조합의 이기정 전무는 "최근 소비자들은 결혼이나 이사를 하면서 식기를 대량으로 구매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소량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예술성과 실용성을 결합하거나 독특한 디자인 등을 앞세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