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경기가 바닥을 기고 있다. 아파트 건설시장이 '들썩'거리고 있지만 대규모 단지 시공능력을 갖춘 대형 업체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업체들은 '불황'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더욱이 공장준공 등에 특화된 중소 건설업체들은 올들어 도급액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부도 위기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올들어 건설업 체감경기는 크게 악화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올해 초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BSI)가 77.2를 기록,지난해 말(102.0)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경기실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체감경기가 전월에 비해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100을 밑돌면 체감경기가 나빠졌다는 것을 나타낸다. 건설기업 BSI는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계속 100을 밑돌다가 12월(102.0)에 반짝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공사물량 경기지수도 건설경기 침체와 계절적 요인이 맞물려 올 초 72.4를 기록,지난해 말(103.5)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단순 시공능력뿐만 아니라 첨단 엔지니어링공법이 결합하는 추세다. 경기 위축으로 건설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공능력에서 서비스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엔지니어링은 시공 전 부지 선정에서 타당성조사,종합설계까지 일체의 기술용역을 총칭하는 말이다. 건설업체들이 치열한 경쟁과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첨단 엔지니어링공법을 잇달아 도입,건설관련 타당성조사에서 종합설계 및 시공까지 턴키베이스로 공사를 수주하고 있다. 이전까지 이같은 턴키베이스 공사 수주는 주로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업체에 국한된 얘기였다. 그러나 올들어 중견 건설업체들도 엔지니어링공법을 도입,서비스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도원엔지니어링에서 분사한 디테크(대표 윤해균)가 대표적인 업체로 꼽힌다. 디테크는 중견 업체로서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각 지역의 선두권 건설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서울에 소재한 디테크는 수도권을 맡고,대원건설과 효림기업이 각각 충청권과 강원권을 공략하기로 하는 '중소건설전문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이다. 윤해균 대표는 "불황이 지속되면서 건설업체들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에 중견업체로서 대규모 공사 수주를 위해서는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들 3개 업체 컨소시엄은 곧바로 시너지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각 업체들이 향토기업으로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는 데다 선두권 도급순위와 전문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디테크의 모회사인 도원엔지니어링의 '브랜드파워'가 컨소시엄의 공사 입찰경쟁에 힘을 보탰다. 도원엔지니어링은 플랜트건설과 관련한 타당성조사에서 종합설계 시공까지 일괄로 수행하는 턴키수주 용역전문업체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들 컨소시엄은 현재 대전원자력밸리의 가이아공장을 비롯 6개의 공장건설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각 기업이 갖추고 있는 기술경쟁력이 한 데 모여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 컨소시엄 참여 업체인 효림기업 진용국 대표는 "컨소시엄이 하나의 회사처럼 유기적으로 작동하다보니 예전같으면 엄두도 못냈을 대규모 건축공사에 입찰해 상당수를 수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개 컨소시엄 업체간의 역할 분담이 확실히 정해져 있다는 점도 대규모 공개입찰 등에서 상대적 우위를 갖는 요소다. 이들 컨소시엄의 올해 수주 실적을 살펴보면 대전 대덕밸리 한꿈엔지니어링 건설공사를 꼽을 수 있다. 또 충북 진천의 노인종합병원과 충북 제천의 바이오벤처공장 등도 디테크 를 포함한 컨소시엄이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수주한 주요 건축공사들이다. 윤해균 대표는 "컨소시엄 구성으로 기술 및 가격경쟁력이 높아졌고 이미 시행했던 공사 등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컨소시엄을 유지해 불황 극복뿐만 아니라 중부권 선두 건설그룹으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