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대퇴부를 다친 신체장애 5급 40대 남자가 인삼 절도범으로 몰려 20여일간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난 뒤 6개월여간의 치열한 법정공방 끝에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항소심서도 역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청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28일 특수절도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B(43)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는 이유없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B씨가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함께 기소된 S씨는 범행의 일시와 장소조차 특정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범행 여부와 공범에 대해 일관되지 않는 진술을 하고 있다"며 이 같이 판결했다. 음성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장애인 B씨가 절도범 누명을 쓰기 시작한 것은지난해 4월초. 당시 진천경찰서는 진천군 덕산면 A씨의 인삼밭에서 인삼(600만원 상당)을 몰래캔 혐의로 B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L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법원은 범죄에 대한 소명 부족 등의 이유로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같은달 15일 기각했고 이에 반발한 검찰과 경찰은 B씨 등이 2001년 11월 진천군 덕산면K씨의 인삼밭에서 인삼을 캔 뒤 B씨의 충북 90자 11××호 1t 트럭에 실어 달아났다는 범죄 사실을 추가해 3일 뒤 영장을 재청구, 발부받았다. 반면 B씨 및 가족들은 검.경 조사에서 "1991년 교통사고로 무릎 관절과 대퇴부를 다쳐 평소 의자에 기대어 앉아야 할 정도로 불편한 사람이 인삼을 캔다는 것은불가능하고 범인으로 지목한 L씨도 전혀 알지 못한다"며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했다. 가족들은 사고 당시 진단서와 2001년 11월에는 이 트럭을 소유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자동차 등록원부까지 검.경에 제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다음달 10일 법원에 구속적부심 신청서를 냈다. 이에 법원은 B씨를 불러 `앉았다 일어나기' 등을 시험한 뒤 그의 활동에 큰 제약이 있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석방한 뒤 재판을 진행했다. 구속된 지 20여일만에 석방된 B씨는 이후 2주 간격으로 열리는 재판에 10여차례출석, 자신의 무죄를 일관 되게 주장했고 재판부 또한 상당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B씨가 장애인인데다 처음 그를 공범이라고 지목했던 L씨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범행 일시나 장소, 공범 여부에 대한 진술이 오락가락 했던 것. 이 사건을 맡은 청주지법 이 모 판사는 결국 지난해 10월 23일 "형사재판에 있어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수 있는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종합해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20여일간의 구속, 6개월여에 걸친 재판 등으로 온갖 마음 고생을 하던 B씨는 그제야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지만 고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1심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 항소했기 때문이다. B씨는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10여차례 더 법원에 출두하는 고통과 가게가 `풍비박산'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 이날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아 냈다. B씨는 "지금까지의 고생과 억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동안 받은 정신적피해 등을 보상받을 길이 없어 착잡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청주=연합뉴스) 윤우용기자 ywy@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