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공연예술제에서 작품상과 희곡상 등4개 부문을 휩쓴 극단 인혁의 「에비대왕」이 29일-6월 8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한국연극협회가 뽑은 우수공연 베스트7에도 포함됐던 작품. 모티브는 전래 무속설화 '바리데기'에서 따왔다. 아버지인 왕에게 버림받았음에도 목숨을 걸고 아버지를 구한 효녀의 이야기. 여기에 민간에 전해오는 공포의 존재인 '에비'의 이미지를 왕에게 덮어씌웠다. 내리 여섯 공주를 얻은 왕은 아들을 볼 욕심으로 자식을 하나 더 낳지만 그 역시 딸이었다. 화가 난 왕은 이 딸을 강물에 띄워 버린다. 바로 '바리데기'다. 다행히 바리데기는 황천강의 뱃사공 할배.할미에게 발견돼 목숨을 부지한다. 세월이 흘러 왕 앞에 저승사자가 찾아온다. 명이 다했으니 함께 가자는 것. 그러나 에비대왕은 왕위를 물려줄 아들을 볼 때까지는 죽을 수 없다며 저항한다. 결국 왕이 하루 연명할 때마다 백성 30명이 대신 죽는다는 거래가 성사된다. 곧 나라엔전염병이 창궐하고 사고가 곳곳에서 일어난다. 또 사위와 딸들은 청파와 홍파로 나뉘어 피붙이끼리 전쟁을 벌인다. 남아 선호와 부자 세습이라는 봉건적 악폐에 대한 비판이자 민족의 분단 현실에대한 풍자인 셈. 삼성문학상 수상자인 홍원기의 맛깔스럽고도 고풍스러운 대사에 타악과 현악 라이브 음악이 극을 뒷받침한다. 연출은 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을 탔던 이기도. 이 연출자는 "신화적인, 또는 잊혀진 시간대를 배경으로 우리 민족의 분단의 역사와 무의식 속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가부장적 사고, 부자 세습을 상징과 은유, 풍자를 통해 풀었다"고 말했다. 영화와 연극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 중인 손병호를 비롯, 남우성 박길수 김병춘 김준섭 등 무려 27명이 무대에 오른다. 공연시간 오후 4시, 7시 30분. 2만원. ☎ 760-4800.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