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장관들이 요즘 각종 외국 기업인들의 모임에 얼굴을 내미느라 분주하다. 대체로 외국기업 단체가 초청하는 형식이지만 요즘 들어서는 장관들이 참가하겠다고 먼저 제안하는 경우도 많다. 김진표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는 28일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소속 기업인들을 만나 참여정부의 경제정책과 현안을 직접 설명하면서 유럽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요청할 계획이다.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도 다음달 6일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오는 30일 서울재팬클럽 회원들을 만나 일본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할 예정이다. 권기홍 노동부 장관은 더 바쁘다.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선 한국의 노동정책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불안을 불식시키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권 장관은 이달 초 주한외국기업 CEO를 대상으로 새 정부의 노동정책을 설명한 데 이어 지난 23일에도 주한 미상공회의소 초청 세미나에 참석했다. 경제 장관들이 줄지어 외국기업인들을 만나는 이유는 참여정부가 핵심 과제의 하나로 꼽고 있는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 건설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이들의 도움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인에게 정부 정책을 조리 있게 답하는 장관들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게 있다. 이들이 외국 기업인들과의 대화에서 쏟아낸 무수한 약속들을 정책에 반영해 지켜주느냐는 것이다. 외국 기업인들이 장관이 강연회에서 한 약속을 1백% 믿고 당장 투자를 늘릴 리는 없다. 경제장관 초청 조찬 간담회에서 만난 한 외국인 CEO는 "정부가 동북아시아 허브를 내세우며 외국기업들을 위해 각종 규제를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변화를 느낄 수 없다"고 했다. 한 외국기업 단체장은 "간담회에서 만난 장관들은 '외국기업의 애로사항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라며 장관 초청 강연회를 일과성 행사로 평가했다. 외국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장관들.그들의 노고가 단순히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미리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