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당분간 신당문제에 대해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 것 같다. 25일 한화갑(韓和甲) 전대표에 이어 26일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의원도 신당문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했으나 노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당정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유인태(柳寅泰) 청와대 정무수석이 "당이 알아서 할 일로, 밝히라는 것 자체가 앞뒤가 안맞는다"고 자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도 평소 대통령의 총재 겸임을 통한 당정장악의 폐해를 막기위해 당정분리를 해놨다는 전제아래 대통령이 당에 대해 말하면 개입한다고 하고 가만 있으면 뭐하고 있느냐는 문제제기를 받는 `이중적' 현실에 난감함을 표시해 왔다. 그러나 청와대가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은 당정분리를 떠나 소위 노심(盧心)이 작용할 경우 신당이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이유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분당이냐, 잔당이냐의 논란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입장표명 자체가 편을 가르는데 이용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적 판단도 하고 있다. 즉, 노 대통령이 정치개혁을 위한 신당을 지지한다는 입장은 오래 전부터 어느 정도 확인됐던 것인 만큼 신당의 성격, 규모, 형식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 경우 노심 논란으로 신당 건설 취지가 퇴색할게 뻔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또 과연 지금이 신당의 본격적인 추동과 탄생의 적기냐는 데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있다. 이런 배경에서 노 대통령은 내달 4일에 검토되고 있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 등에서도 신당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삼갈 것이라는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노 대통령이 심정적으로 신당을 지지하는 것은 분명해 보이며 그 성격은 `민주당+α'가 아니라 `헤쳐모여 신당'으로 읽혀진다.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말해왔던 것을 상기하라"고 전제, "민주당이 호남색을 먼저 벗고 변화해야만 민주당 호남독식, 한나라당 영남독식의 상황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DJ가 호남세력 등 자기 것은 다 그대로 갖고선 인사 등을 통해 동진정책을 펼쳤지만 수차례 실패했다"며 "모험이 필요하고, 기득권을 버리는 살신성인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기득권 포기는 소위 구주류와 함께 신주류를 동시에 겨냥하는 양날의 칼이라는 해석이 있다. 호남지지에 얽매여 헤쳐모여를 내심 주저하는 신주류에게도 자신과 같이 지역주의 격파를 명분으로 `모험'을 하라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민주당을 그대로 둔채 총선을 치를 경우 영남에서 경쟁력을 갖춘 인물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출마했지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하겠느냐"고 반문, 영남교두보 마련 등을 위한 신당 성격을 규정하기도 했다. 한 전대표의 신당 불참 선언에 대해 "지역주의에 안주하려는 생각"이라는 한 관계자의 주장도 같은 선상에서 해석이 가능한 언급이다. 노 대통령은 아울러 분당이든, 잔당이든 동교동계로 상징되는 구주류 세력이 다함께 해야 한다는데 크게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DJ식 동진정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탈DJ 영남민심 확보를 위해서라는 논거에서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