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토르 키르츠네르(53)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자가 25일(현지시간) 제52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키르츠네르 신임 대통령은 이날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포함한 12개 중남미국 정상들과 여야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의사당에서 대통령에 취임했다. 산타 크루스 주시자 출신인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자신의 4년 임기 시작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를 위한 신선한 출발을 예고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우리는 과거를 뒤로하고 떠나려 하고 있다"면서 "오늘날 우리는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고 말하고 "변화야 말로 미래에 우리가 이룩해야 할 명제"라고 지적했다. 페론당 소속 중도좌파 성향의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현재 우리가 대외부채 지불이행 약속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지만, 어린이들의 교육과 보건을 뒤로 미루면서까지 지불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면서, 자신의 정부는 국가의 개발과 함께 이른바"국가 자본주의"의 신장을 위한 핵심적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부패와의 전쟁과 함께 이른바 `추악한 전쟁'으로 불리는 과거 억압적 군사정권으로 얼룩진 군부의 구조를 대폭 혁신하겠다고 역설했다. 자신을 `신케인주의자'라고 소개하는 키르츠네르 대통령의 연설은 80년대 말 이후 크게 세력을 형성해온 신자유주의를 대체해 지난해부터 중남미에서 불고 있는 좌파적 이념으로 이행하는 변화를 실감케 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를 증명하듯 키르츠네르 대통령의 취임연설에 대해 카스트로 의장을 비롯해 차베스 대통령, 브라질의 첫 좌파 대통령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실바 등 각국 정상들은 열렬한 환영을 보냈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2001년 12월 디폴트(대외채무 불이행) 선언으로 대표되는 지난 5년간의 경제불황을 헤쳐나갈 큰 과제를 안고 있다. 당시 디폴트 규모는 1천410억달러였다. 디폴트 선언 이후 태환정책의 포기로 아르헨 페소화는 급격하게 평가절하됐다. 실업률은 역대 최고에 가까운 18%에 달하며,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절대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22%의 득표율로 결선에 진출했으며, 1차 투표에서 24%를 얻은 카를로스 사울 메넴 전대통령의 후보 사퇴로 결선투표 없이 차기대통령에 선출됐다. 그러나 키르츠네르 대통령의 향후 경제계획이 남미 제3위의 경제로 재도약을 일궈낼 수 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지나치게 확장된 공공부문을축소하고 국가세제를 대폭 손질해야 할 과제에 직면해 있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과 새 원조협정을 맺어야 한다. 키르츠네르는 지난해 1월부터 임시대통령을 지낸 에두아르도 두알데 대통령을 승계했다. 페르난도 델라루아 전임 대통령은 2001년 12월 디폴트 선언 직전 국가경제가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대규모 폭동사태가 계속되자 경제위기의 책임을 지고 2년의 잔여 임기를 남겨둔 채 사임했다. 이후 두알데 임시대통령 취임전까지 2주도 안되는 동안에 대통령이 다섯번이나 바뀌는 급격한 혼란이 초래됐다. 대통령 당선 확정 이후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미국이 지원하는 자유시장개혁에 비판을 가하면서 국가경제에 확실한 변화를 줄 수십억달러 규모의 대형 공공정책 프로그램을 펴겠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비판가들은 정부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이같은 공공부양 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을 보낸다. 디폴트 선언을 가져온 부채의 성격은 공공부문이었다는 점에서도 증명되듯이 IMF의 대규모 공공차관을 통한 정부의 적자재정 운용은 아르헨 위기를 증폭시킨 원인으로 지적된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앞으로 IMF 공공차관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이날 취임연설에서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현지언론은 이번 대통령 연설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군부의 개혁이라고 지적했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육군 대장 27명과 해군 대장 13명 그리고 준장 12명을 전격 해임하고 과거 군사정권과 관련이 없는, 젊은 신진 인사로 이들을 대체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호세 팜푸로 신임 국방장관은 이는 아르헨티나군 역사상 전례 없는 일로 "전군 구조의 일대혁신"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취임식에 참석한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키르츠네르 대통령 취임과 관련해 브라질과 아르헨의 관계가 앞으로 더욱 깊어질 것이며 이를 통해 지역의 정치적 통합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