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라크전과 사스,물류대란 등의 잇단 악재로 기업들의 '경영전선'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기업들이 연초 세웠던 경영목표 달성을 놓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 현실적으로 목표를 낮추느냐, 아니면 그대로 강행하느냐의 갈림길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라크전이 끝난 뒤에도 기업들의 비상경영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는이미 목표 수정작업에 들어갔으며 아직까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도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은 비용절감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긴축경영으로 버틸 때까지 버텨보겠지만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결국 목표 수정쪽으로 입장을 선회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부 기업은 `정면돌파'를 외치며 목표 고수, 공격경영 입장을 밝히고 있고 1분기에 `나홀로 호황'을 누려온 철강이나 조선업체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등 기업.업종별로 현실인정형, 관망형, 정면돌파형 등으로 차별화 대응전략이 펼쳐지고 있다. 일부기업 목표 하향조정 = 이라크전과 사스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는 전체적인 항공수요 급감으로 사업계획의 하향조정은 `피할수 없는 수순'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 항공은 항공수요가 되살아나는 시점과 관련 ▲하반기 ▲9월 ▲11월 ▲연말 등 4가지 시나리오를 작성, 시나리오별로 사업목표 조정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노선 구조조정과 원가절감 등의 자구책도 병행키로 했다. 대한항공[03490]도 이라크전 개전과 함께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등 원가절감및 비용 최소화 노력을 펼쳐 왔으나 사스의 영향으로 외부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경영계획 재조정을 적극 검토중이다. SK텔레콤[17670]은 최근 올해 투자총액을 2조4천900억원에서 1조9천500억원으로하향조정하고 W-CDMA(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 투자액도 연초 발표한 5천200억원에서 2천500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이기로 했다. 쌍용차[03620]도 지난달 초 비상경영계획을 수립하면서 투자에 대한 우선순위를재조정, 생산이나 판매, A/S와 무관한 투자계획을 중심으로 700억원대의 투자계획을경기호전 뒤로 미루기로 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으려나' = 삼성전자[05930]와 LG전자[66570]는 아직 경영목표를 수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밝히고 있으나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악화되면어느 정도의 목표 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05930]의 경우 연초 경영목표를 보수적으로 책정한 만큼 일단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2분기 실적에 따라 투자 및 채용 계획을 탄력적으로 수정키로했고 LG전자[66570]도 이라크전, 사스, 물류대란 여파가 예상보다 클 경우 경영시나리오를 변경할 계획이다. 한화[00880]도 일단은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나 지난 3월부터 순이익 등 각종 경영지표가 악화되고 있어 이달말 실적이 호전이 안되면 하반기 경영목표를 수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한화는 특히 지난해 대한생명 인수로 여력이 없는 만큼 신규투자나 대규모 사업투자는 자제하고 기존사업에 내실을 기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정면돌파'로 승부 = 삼성은 경제여건 악화 등으로 다소 위험하기는 하지만 아직 투자 등 주요 경영 목표에 손을 댈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당초 세운 경영계획을 고수키로 했다. 특히 핵심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는 시기를 늦추거나 규모를 줄일 수 없는 만큼 예정대로 진행하고 인력 채용도 작년 수준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올들어 계속되는 내수 판매 부진에도 불구, 전체 판매목표(현대차 182만2천대, 기아차 103만7천대)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도 예정대로 진행하는 등 연초 경영계획을 변경 없이 밀어붙이기로 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불황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판매활동 강화 등으로충분히 이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본다"며 "특히 판매목표 달성의 경우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 수출을 늘림으로써 내수 부진을 만회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코오롱[02020]과 효성[04800] 등 섬유업계도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늘리는 등올초 세운 경영계획을 그대로 강행하는 대신 비상경영체제는 유지해 해외출장 경비,접대비 및 원가 절감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철강, 조선은 '느긋' = 1분기에 분기 실적으로는 최고치를 기록한 포스코[05490]는 보수적으로 잡았던 실적 목표를 다소 상향조정하는 등 오히려 최근 당초 계획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투자도 계획대로 1조6천억원대를집행키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안정과 성장을 병행하겠다는 이구택 회장의 경영기조에 따라 경영계획의 축소수정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INI스틸[04020]도 오히려 1분기 실적 발표 후 매출과 이익 목표를 늘려잡았으며다만 비용절감 차원에서 유지보수 투자비용 계획 1천320억 중 50억원을 축소했다. 올들어 유례없는 수주 호황을 누려온 조선업계는 업체별로 이미 올해 수주 목표를 절반 이상 달성함에 따라 초과달성이 확실시되고 있으나 향후 세계 조선시황 불투명 등을 이유로 상향조정은 검토하고 있지 않는 상태이며 R&D와 시설투자 등 투자계획은 차질없이 추진키로 했다. 현대중공업[09540]은 이달안이면 조선부문 수주목표(30억 달러)를 거의 채울 것으로 예상되며 대우조선해양[42660]이 올 수주예상치의 58%, 삼성중공업[10140]이 75%, 한진[02320] 중공업이 89%씩 각각 달성했고 STX[11810]조선은 이미 목표를 넘어섰다. (서울=연합뉴스) 업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