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제통'이다. 29년 공직생활중 해외연수나 공보관 시절 등을 빼면 꼬박 22년을 세제·세정분야에 몸담았다. 그래서인지 김 부총리의 머리 속엔 세제 관련 아이디어가 많은 것 같다. 어떤 때는 부하직원들이 미처 부총리 말의 진의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다. 김 부총리가 지난 23일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1가구1주택 비과세 폐지 검토'를 언급한 것도 그런 경우다. 김 부총리는 양도세제 개편에 관한 질문을 받자 "1가구1주택이라도 (양도차익이) 몇억원이 되는 집이 있는데 계속 비과세를 고집하느냐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것은 정치적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이고 오랫동안 당연한 권리로 인식돼 왔기 때문에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듣는 쪽에서는 '1주택도 과세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언론이 공론화해 달라'고 주문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재경부 세제실은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한 간부는 "모르겠다.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겠나"라고 했고 다른 간부는 "원론적인 얘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간부들조차 부총리의 의중을 감잡지 못한 것이다. 이런 경우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김 부총리가 '법인세 단계적 인하' 발언을 했을 때 재경부 고위 간부가 '현실 가능성'을 거론하며 펄쩍 뛰었던 적도 있다. 물론 부총리 생각이 전부 내부토론을 거칠 필요는 없다. 더욱이 이번의 경우엔 부총리가 정부의 부동산 시장안정 의지를 전하기 위해 미리 시장에 메시지를 보내는 '테크닉'을 썼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점은 남는다. 나라살림의 근본인 세제를 언급하는 데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간 부동산 관련 세제는 경기진폭에 따라,정치적 목적에 따라 손질되다 보니 시장에서 일관성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더구나 정부의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지금은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이다. 실현 가능성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얘기다. 되든 안되든 얘기를 내놓다 보면 나중엔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박수진 경제부 정책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