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도전하는 성(性)대결은 항상 흥미를 자아낸다. 흥행 측면에서도 재미가 짭짤해 테니스 골프 수영, 심지어는 권투에서까지도 성대결이 벌어지곤 한다. 성대결에서 가장 흥행에 성공했던 이벤트로는 지난 73년의 빌리진 킹과 보비 릭스간의 테니스 대결을 꼽는다. 이 경기에서 당시 여자 랭킹 1위였던 킹이 윔블던 대회 챔피언이었던 릭스를 꺾어 파란을 일으켰다. 비록 55세의 나이지만 어느 여자선수도 이길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릭스(55)는 체면을 구겼다는 수근거림을 들어야 했다. 최초의 공식적인 스포츠 성대결은 이 보다 한해 앞서 벌어진 마거릿 코트와 역시 릭스와의 대결이었는데, 이 경기에서는 릭스가 이겼다. 이후 나브라틸로바와 지미 코너스와의 시합도 지구촌의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 99년에는 미국에서 여성 복서인 마거릿 머그레이와 경마기수 출신의 로이 초우가 4라운드의 권투경기를 벌여 머그레이가 이겼고, 2년전에는 전미수영선수대표 선발전에서 남녀 각각 평형 기록보유자인 에드 모지스와 메간 콴이 자존심을 건 맞대결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기도 했다. 남성에 비해 힘이나 기량이 달린다고 하는 골프에서, 세계 여자골프의 지존(至尊)이라는 애니카 소렌스탐이 미국 PGA투어 콜로니얼 대회에서 선전중이라는 소식이다. 소렌스탐은 "내가 얼마나 이룰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에서 출전을 결심했다고 하는데, 비제이 싱 같은 선수는 "너무 상업주의적이다"는 핑계로 대회참가를 거부하고 있기도 하다. 58년전에는 전설적인 여성 골퍼 디드릭슨 자하리스가 처음으로 PGA투어에 참가, 컷을 통과하는 기염을 토했었다. 소렌스탐에 이어 한국계 골프천재소녀로 각광받는 미셸 위(14ㆍ한국명 위성미)가 오는 8월 캐나다 PGA투어 베이밀스 오픈에 출전할 예정이라고 한다.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해 컷을 통과할지는 미지수지만 당당하게 나서는 그 기개가 대견스럽다. 앞으로 골프에서 종종 성대결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LPGA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우리 낭자들이 스포트 라이트를 받을 것 같아 뿌듯한 기분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