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1.4분기 경제성적표(GDP 성장률 3.7%)는 이미 예견된 것이기는 하지만 작년에 비해 너무나 초라했다. 경기가 이처럼 급강하한 것은 소비가 극도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수출과건설투자가 경제를 떠받쳤다. 하지만 건설투자는 SOC가 아닌 주상복합건물, 오피스텔 등 상업용건물에 주로의존해 최근의 부동산 투기붐과 무관하지않았다. 성장의 질이 좋지않다는 얘기다. 2.4분기엔 성장률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수출이 둔화되고 있는데다 사스와 북핵사태, 카드채.신용불량자 문제 등이 불확실성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연간 4% 성장률 달성이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 초라한 성적표 한은은 지난달 올 해 성장률 전망치를 5.7%에서 4.1%로 하향조정하면서 1분기성장률을 3.9%로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3.7%로 저조했다. 이는 지난 2001년 4분기(3.5%) 이후 1년여만의 최저치이며,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GDP는 전기대비 0.4% 감소해 2000년 4분기(-1.2%)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분기(6.8%)는 물론 작년 연평균 성장률(6.3%)에 비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적표다. 제조업은 5.2% 성장에 그쳐 작년 연평균(6.3%)을 크게 하회했다. 서비스업 성장률은 2.1%로 98년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면 건설업 성장률은 8.8%로 전분기(6.3%)에 비해 호조였고, 농림어업도 4.8%성장해 전분기(-6.3%)나 작년 연간(-4.1%) 보다 훨씬 개선됐다. ◆ 소비부진이 결정적 경기가 급속히 가라앉은 것은 성장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54%인 민간소비가 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경제성장을 소비가 주도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0.9%로 환란때였던 98년(연평균 -11.7%) 이후 최저로 추락했다. 작년 연평균 증가율(6.8%)은 물론 전분기 증가율(4.3%)에 크게 못미쳤다. 에어컨.냉장고.무선전화기 등 내구재 소비는 7.4% 감소했고, 의류.서적 등 준내구재 소비도 2.8% 줄었다. 운수.숙박음식.오락 등 서비스 소비도 1% 증가에 그쳐 작년 연간(7.4%) 및 전분기(4.9%)에 비해 대폭 위축됐다. 식료품 및 음료(-0.4%), 주류.담배(-2.5%), 의류.신발(-0.8%), 가계시설 및 운영비(-5.2%)는 물론 통신(-0.5%), 오락.문화(-0.2%), 교육(-0.2%) 소비까지 감소했다. 금융기관들이 가계대출을 억제한데다 미국-이라크전과 북핵사태, '사스' 등으로 경제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민들이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정부부문을 포함한 전체 소비지출 증가율은 1.2%로 지난 98년 이후 최저로 추락했다. ◆ 수출.투자가 경제 지탱 그나마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투자가 건설투자 활황에 힘입어 선전하면서 성장을 지탱했다. 수출(물량기준)은 반도체.음향통신장비.자동차 등 중화학공업제품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작년 동기대비 19.9% 증가했다. 이는 전분기(26.5%)에 비해 둔화된것이지만 작년 연간실적(17.1%)에 비해서는 높은 것이다. 투자는 4.8% 증가해 전분기(6.8%)에 비해 둔화됐으나 작년 연평균(4.8%) 증가율과 같았다. 이중 향후 성장동력과 관계된 설비투자증가율은 1.6%로 추락, 전분기(8.2%)나작년 연간(6.8%)에 비해 현저하게 위축됐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8.1%로 전분기(6.0%)나 작년 연간(3.3%)에 비해 호조를 보였으나 SOC 등이 아닌 건물건설투자 증가(14%)에 힘입은 것이었다. 한은 조성종 경제통계국장은 "건설투자 호조는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건물 등상업용건물 건설이 주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연간 4% 성장 난망 1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하회함으로써 정부가 4%로 제시한 성장 마지노선 방어가 녹록치않을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달 성장 전망치를 수정하면서 2.4분기 성장률을 1분기보다 낮은 3.6%로 제시했다. 하지만 1분기 성장률이 전망치를 벗어난데다 2분기엔 사스와 북핵사태, 화물노조 파업 등이 반영되고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도 둔화되고 있어 성장률 목표치달성이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 김기승 연구위원은 "하반기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추경편성과 금리인하 등 정부의 부양책이 부동산을 자극하지않는다면 4% 성장이 가능하겠으나 수출이 둔화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추경편성은 성장에 도움이 되겠지만 금리인하 효과는 미지수"라면서 "대외적으로는 IT경기와 미국 경제회복 여부, 대내적으로는 카드채와 신용불량자 문제의 연착륙 여부가 관건이어서 4% 성장전망은 여전히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