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의 분양권 전매조치를 대폭 강화하고 김포와 파주 2곳을 신도시로지정했지만 시중 부동자금이 비투기과열지구와 신도시 주변으로 옮겨가면서 연쇄적인 '투기 열풍'이 불고 있다. ◆ 수도권 전역 '투기과열' = 21일 업계에 따르면 전통적인 부동산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최근들어 투기과열지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역의 부동산시장이 투자자들로 붐비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의 경우 2,3순위에서 겨우 청약을 마치던 전례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역 1순위에서 속속 청약이 마감되는 이변이 일어나 분양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안산 원곡동 대아아이투빌의 경우 유명 브랜드가 아님에도 391가구 분양에 2천명이 넘는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지역 1순위에서 대부분 평형이 청약을 마감했으며 평택 이안아파트도 지역 1순위에서 청약을 마쳤다. 부천 역곡3차 대림e-편한세상은 지역 1순위에서 8.2대 1의 경쟁률로 전평형이청약을 마쳤으며 동두천 송내신도시 아이파크도 295가구 공급에 1천500명 가까운 투자자가 몰려 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3순위까지 가거나 분양에 실패한 아파트는 투기과열지구인 남양주 평내에서 공급된 대주파크빌과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가 문제가 된 동두천 현진에버빌을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신도시로 지정된 김포와 파주지역은 이미 투자자들로 넘쳐나는 모습이다. 김포와 파주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 8일 신도시 발표후 1주일새 각각 6.4%와 2.3%가 올랐으며 김포 장기동과 파주 교하읍 일대 아파트는 호가가 수천만원씩 뛰어오르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투기 열풍은 신도시 주변으로 번져 당하지구, 검단지구 등 인천 서구지역의 분양권 가격이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1천만원까지 뛰어오르기도 했다. ◆ 정부, 시중 부동자금 '과소평가' = 정부의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이처럼부동산 투자자들이 이곳저곳으로 몰려다니는 현상이 이어지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중 부동자금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주식시장의 침체와 기업의 미진한 설비투자로 인해 400조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이 갈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다 최근의 금리인하로 자금 부동화 현상이 더욱 심각해졌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월간 가계대출 순증액은 지난해 9월 6조5천억원을 정점으로 줄기 시작해올 1월에는 -2천700억원의 감소세로 돌아서기도 했으나 2월 2조7천억원, 3월 2조5천억원으로 다시 늘어나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전세와 월세가격 등 실수요를 말해주는 지표들이 모두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처럼 신규 분양시장과 신도시지역으로만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은 자칫 '거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 사장은 "최근의 부동산시장은 실제 가치와 무관하게시중 유동성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줄이고 일관된 재건축정책을 마련하는 등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의 김성식 연구원은 "투기지구나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뒷북 대책이되지 않도록 시의성을 높이고 부동산 투기자금 출처조사를 상시적으로 진행해 시중부동자금이 투기자금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ssah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