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중국식 사스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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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공포에 휩싸였던 베이징의 거리가 차츰 활기를 찾고 있다.
행인과 차량이 늘어 교통체증까지 생기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정부가 발표하는 사스통계가 한몫하고 있다.
중국 위생부는 신규 사스환자가 18일 28명에 이어 19일엔 12명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는 위생부가 지난 4월20일부터 감염자들에 대한 일일 점검을 벌인 이래 가장 적은 숫자다.
베이징에서만 매일 1백명을 웃돌던 신규 환자수가 급감하면서 베이징 사람들의 공포심리를 진정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베이징사무소 대변인은 "환자수가 어떻게 이토록 급감했는지 알 수 없으며 중국이 발표한 환자수가 정확한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WHO의 의문제기는 중국이 독자적인 사스통계 기준을 적용하는데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WHO는 사스환자를 두 종류로 분리해 통계를 낸다.
의심(suspected)과 추정(probable)환자가 그것으로,흔히들 얘기하는 사스환자수는 추정환자수다.
미국도 최근 자국의 기준을 버리고 이 기준에 맞춰 WHO에 관련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독 중국은 자체기준을 고집한다.
의사(疑似)병례와 임상병례가 그것이다.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전자를 suspected cases(의심환자),후자를 confirmed cases(확인환자)로 칭한다.
후자의 수치가 WHO 추정환자수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WHO는 "중국의 의사병례중에도 추정환자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사스통계 작성기준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기준이 더 실상을 반영했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분명한 것은 WHO가 세계 사스 실태를 파악하는 데는 모든 국가에 통일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최근 국내총생산 등 국가통계 작성방식을 국제기준에 맞출 것이라고 발표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후 개방을 확대하면서 경제분야에 일고있는 글로벌화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중국이 진정한 글로벌 국가가 되기 위해선 경제의 글로벌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중국이 WTO의 기준을 수용하듯,위생부문에서도 WHO 기준을 존중하기를 기대해본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