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4월의 부도업체는 5백7개로 27개월만에 가장 많았다. 지난 3월중 중소기업의 평균가동률은 69.7%로 45개월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중소기업들이 경영난을 타개하고 국제경쟁에서 이기는 길은 품질좋은 제품을 싸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기술경쟁력확보가 필수다. 한국경제신문은 '제15회 중소기업주간(5월19~24일)'을 맞아 중소기업들이 기술경쟁력을 토대로 세계속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서울 여의도 기협중앙회 회의실에서 이뤄진 이 좌담회에는 한준호 중기특위 위원장과 김영수 기협중앙회 회장, 곽수일 서울대 교수, 이참 참스마트 대표 등 4명이 참석했다. < 참석자 > 한준호 <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 > 김영수 < 기협중앙회장 > 곽수일 < 서울대 교수 > 이참 < 참스마트 대표 > 사회 : 김낙훈 < 한경 벤처중기팀장 > ----------------------------------------------------------------- -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7%를 차지하는 산업의 뿌리입니다. 산업의 경쟁력은 바로 중소기업에서 나옵니다. 이탈리아나 대만이 탄탄한 경제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중소기업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중소기업을 강하게 만드는 법, 특히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눠 봅시다. △ 한준호 중기특위 위원장 =요즘은 산업화시대와 달리 끊임없는 이노베이션을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래서 정부는 기술력있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노비즈:INNO-BIZ)을 선정, 지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5년내 5인이상 중소제조업체의 약 10%인 1만개를 이노비즈로 키워낼 생각입니다. 또 기술력이 있고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정부나 정부투자기관의 연구개발자금중에서 5%인 연간 5천6백억원 정도를 중소기업을 위해 쓰도록 할 것입니다. △ 이참 참스마트 대표 =독일에서는 핵심기술을 중소기업에서 만듭니다. 독일의 중소기업들은 오랜 전통과 틀을 갖추고 있어 우수 인력 확보와 신기술 개발이 수월합니다. 해당분야의 우수 기술자가 없으면 해외에서 유치하는 등 고급 기술인력 확보에 열을 올립니다. 한국은 이같은 독일의 인재확보 노력을 배워야 합니다. 또 근로자들도 여러가지 여건을 생각해 과감하게 중소기업을 선택하는 일도 많습니다. △ 곽수일 서울대 교수 =앞으로 임금은 오르고 근무시간은 줄어드는 등 기업환경이 급변할 것입니다. 중소기업이 과거의 정책이나 지원책에 안주해서는 안됩니다. 독자생존할 수 있는 기술을 가져야 하고 정부의 지원도 이런 방향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젠 중소기업도 대기업과 대등한 관계에서 경쟁해야 할 때 입니다. 그래서 산.학.연 컨소시엄 촉진을 통해 이노비즈를 육성해 나가야 합니다. - 기술의 요체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단순인력을 구하기도 힘들 뿐더러 고급기술인력 구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인력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입니까. △ 김영수 기협중앙회장 =기업을 경영하는데는 자금 인력 판매 기술 등 네가지가 필요합니다. 이중 인력문제가 중소기업의 최대 현안입니다. 특히 젊은 층의 중소기업 기피현상이 심각합니다. 중소기업엔 일자리가 많은데도 젊은이들이 오질 않아요. '중소기업 인력지원특별법'을 하루빨리 제정해 인력난 때문에 기업활동을 그만두겠다는 얘기가 나와선 안됩니다. 여기에는 병역특례확대, 중소기업근로자 아파트우선분양, 대학특례입학 등 다양한 중소기업 인력 유인책이 포함돼야 합니다. △ 한 위원장 =정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안에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을 제정할 생각입니다. 전체 실업자 80여만명중 절반에 이르는 청년실업자들이 중소기업으로 갈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중소기업이 지원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술경쟁력이 있는 중소기업이 우수인력을 지원받도록 정책의 방향을 바꿀 생각입니다. 지방에도 우수인력이 몰릴 수 있도록 지방중소기업 육성책도 마련할 것입니다. △ 곽 교수 =중소기업에 취업하려는 기술인력에게 인센티브를 줘야합니다. 미취업자에게 무조건 중소기업에 가라고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한때 우수 인력이 벤처행에 나섰던 것도 스톡옵션이라는 인센티브가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급여의 일정액을 정부가 지원한다든가, 대학입학 가점을 주는 등 실질적인 지원방안이 필요합니다. - 인력부족도 문제지만 기업들은 어렵사리 대학졸업자를 채용해도 당장 써먹지 못한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현장에서 몇년씩 재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지요. 대학졸업자의 질을 높이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 이 대표 =한국은 교수들이 실무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독일의 교수들은 그 분야 전문가입니다. 학위는 없어도 기술이 뛰어난 엔지니어가 교수가 되고 이들이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학생들에게 가르칩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론만 가르칩니다. 결국 기업에 가서 다시 2∼3년간 실무를 익혀야 합니다. 교육시스템을 바꿔야 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봅니다. △ 곽 교수 =그동안 교육은 폐쇄적이고 경쟁력이 없었습니다. 아직도 보호의 틀 속에 있고요. 교육부문중 특히 '훈련교육'을 개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우수기술인력을 양성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한국에서도 경쟁력있는 훈련기관이 탄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김 회장 =중소기업은 인력에 여유가 없어 채용과 동시에 현장에 투입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합니다. 중소기업에 주로 입사하는 전문대 졸업자 대부분이 기계를 제대로 다루지 못합니다. 회사가 비용을 투자해 재교육하고 있는데 이는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지요. 대학교육을 기업의 수요에 맞춰 개선해야 합니다. - 중소기업은 주로 부품을 만들고 대기업은 이를 조립해 완제품을 생산합니다. 이런 중소기업들의 경우 기술개발과정에서 대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 김 회장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을 위해선 양자가 '윈윈'하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수평적 관계' 말입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들은 중소기업과의 협력보다는 출혈경쟁을 유도해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어떤 대기업의 경우 장기어음을 끊어주고 연간 두차례씩 납품원가를 낮추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재고도 중소기업에 떠안기고 있지요. 대기업이 먼저 납품대금 지급개선, 공정거래관행 정착 등 법테두리 안에서의 협력방안을 실행해야 합니다. △ 한 위원장 =우리나라는 대.중소기업간 협력관계가 아직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대.중소기업이 협력하면 지금보다 더 원가를 낮추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대기업이 스스로 원가절감과 기술혁신의 본보기를 보여야 합니다. △ 곽 교수 =돈 된다고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뛰어들면 협력과 상생은 깨집니다. 대기업이 우동집 빵집까지 해서야 되겠습니까. 엄연히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할 일이 따로 있습니다. 대기업은 핵심역량을 키워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해 나가야 합니다. - 기업이 잘되려면 직접 지원보다는 좋은 경영환경을 만들어 주는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업에 대한 규제는 많이 풀렸습니까. △ 김 회장 =중소기업 경쟁력의 상당부분은 중소기업인의 사기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요즘 기업인들의 사기는 크게 떨어졌습니다. 신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혀 왔지만 실적은 미흡했습니다. 아직도 공장을 짓는데 수많은 규제가 얽혀 있어 서류만 들고 다니다 1년 이상을 낭비합니다. 다시 한번 제로베이스에서 기업 규제에 대한 문제를 검토해야 합니다. △ 이 대표 =한국이 규제완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왜 규제가 없어지지 않는지 아십니까. 바로 관료가 많기 때문입니다. 관료조직이 비대해지면 규제만 늘게 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관료조직을 줄여야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는데 도움이 됩니다. 규제에 치중하고 있는 조직을 자문인력으로 전환시켜 기업의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합니다. 또 독일에선 한 업체가 새로운 상권을 개척했을 때 이를 보호해 줍니다. 예컨대 어느 지역에서 빵집을 내서 자리잡으면 인근에는 빵집을 내주지 않는 식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중소기업을 보호해 주고 있습니다. 한국도 중소기업 육성차원에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제도라고 생각됩니다. △ 한 위원장 =건강 환경 안전문제를 제외하고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규제완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불필요한 조직을 없애고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조직으로 만들어 지원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특히 지자체가 정부정책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규제도 풀어나가겠습니다.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총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정리=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