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점심시간이 임박한 낮 11시55분 한국은행 기자실.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 인하를 결정한 뒤 기자실로 내려온 박승 한은 총재는 이례적으로 30분 이상을 쉬지않고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놨다. 그는 최근 한은 안팎에서 불거진 (정부·청와대의)'금리인하 외압설'을 의식한 듯 지난달 금통위 이후 한 달간 정책기조 변화 과정을 날짜까지 일일이 꼽아가며 설명했다. 일문일답이 끝난 뒤에는 "왜 외압설은 묻지 않느냐"면서 "하늘에 맹세코 외압은 없었다"고 자문자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총재의 이날 '해명'에는 언뜻 수긍하기 힘든 부분이 적지 않았다. 우선 박 총재는 금리인하의 가장 큰 배경으로 '고용대란'을 꼽았다. 경제성장률이 4%대에서 3%대로 떨어지면 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져 심각한 실업문제가 야기될 수 있기 때문에 콜금리인하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과연 그럴까. 지난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6.3%에 달했다. 한은의 논리대로라면 지난해에는 일자리가 풍부하게 공급됐어야 하는데 청년실업 문제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 또 이처럼 고용이 성장과 밀접하다면 한은은 왜 지난 1년간 한번도 실업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을까. 박 총재의 "정책환경 변화에 즉시 대응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금리정책"이라는 논리도 군색했다. 뒤집어보면 지난해 5월 이후 콜금리를 한번도 손대지 않은 것이 지난 1년간 정책환경 변화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북핵 문제를 크게 우려한 대목도 마찬가지다. 해외언론에서조차 북한의 핵보유 시인 발언을 '엄포'라고 평가절하하는 마당에 왜 유독 한은만은 그동안 '금리인하 효과가 없다'던 정책기조까지 뒤집을 정도로 중요하게 평가했을까. 어느 나라나 중앙은행은 '신뢰'로 정책 효과를 낸다. 주위의 비판이 따갑더라도,혹여 외압이 아무리 거세더라도 말과 행동을 꾸준히 일치시켜 나가야 한다. 하지만 어느 모로 보나 지난 한 달간 갈 지(之)자로 움직였던 박 총재의 행보는 앞서나간 말에 행동을 맞추고,때론 오해받을 행동에 말을 맞춘 구석이 너무 많아 보인다. 안재석 경제부 정책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