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위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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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때 미국이 보여준 위기관리능력은 그야말로 탁월했다.
위급상황을 맞아 정부는 정보 데이터베이스의 원격지 백업시스템을 구축해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입주한 기업들을 지원했고,일사불란한 구조작업을 벌여 인명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게다가 애국심을 고취하는 다양한 캠페인으로 국민을 단결시키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두었다.
미국은 위기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가 짜임새 있게 마련돼 있는데도 지난해 11월에는 재난관리청 등 26개 관련기관을 '국가안전부'라는 독립적인 부처로 통합,무려 17만명이라는 방대한 인력으로 국가적 위기를 총괄하고 있다.
대체로 선진국에서는 통합관리체제를 갖춰 위기에 대비하는 추세인데 독일은 연방민방위청에서,일본은 내각부에서 총지휘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불법파업으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혼란에 대해서는 단호한 편이어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도 한다.
81년 미국 항공관제사노조의 파업때는 레이건 대통령이 업무복귀명령을 내려 사태를 해결했고,98년 노스웨스트항공파업 당시에는 클린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문제를 풀었다.
영국의 대처 총리가 불법쟁의라는 고질병을 치유한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부산항이 마비됐다는 소식이다.
수출이 경제를 떠받치는 나라에서 물동량이 항구에 묶여 있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이제야 위기관리시스템을 만든다고 야단법석이다.
"과거 국가정보원이 담당했던 위기관리시스템은 해체되고 새로운 시스템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대통령이 공공연히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며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다.
큰 일이 터지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고,가만히 있으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정부의 타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 같다.
올 들어서도 수많은 불법파업이 발생하고 지하철사고 등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조금만 신경쓰고 조정하면 방지될 일들이 무수히 터지고 있는 것이다.
기구 신설도 중요하지만 국가위기를 예측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공직자들의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