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2일(한국시간) 뉴욕 월돌프아스토리아 호텔에서 가진 '동행 경제인 만찬'에는 국내 굴지의 정상급 기업인들이 거의 빠짐없이 참석했고, 금융계 인사도 일부 자리를 함께 해 주목을 끈 행사였다. 그동안 노 대통령과 경제 5단체장의 회동이 있었지만 경제단체장이 아닌 일반 대기업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대거 모인 것은 새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해성 청와대 홍보수석은 "노 대통령이 전체적으로 영향력 있는 재계인사들과 이렇게 전체적으로 만난 것은 처음인 셈"이라며 "재계측 참석자들도 다들 그렇게 말씀하면서 이런 기회를 갖게 돼서 대단히 고무적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90분으로 잡혔던 간담회는 예정시간을 30분 이상 넘겨서 끝났다. 또 배석한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의 보고도 생략한 채 바로 각종 현안에 대한 토론에 들어가는 등 상당히 진지하고 우호적인 분위기였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 재계, "비교적 속마음 털어놨다" =손길승 전경련 회장이 먼저 "경제인들이 할 일은 첫째 북핵, 한.미 동맹관계, 주한 미군 재배치, 반미감정 등 외교안보분야에 대한 노 대통령 철학과 정부방침을 미국의 주요 여론지도층에게 알리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의 입장을 거들고 나섰다. 손 회장은 △재계의 네트워크로 비즈니스를 확대할 것과 △재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 단합하자고 제안했다. 박용성 상의회장은 "경제 5단체장과 상위 주요 그룹의 회장단에서 이렇게 해외에서 대통령과 만난 것 자체가 처음이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아직 금융과 같은 분야에는 국내의 시장자율화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시장의 인프라가 잘 구축되지 않았다"며 "시장참여자들이 새로운 환경에 충분히 익숙해지지 않아 시장자율화만 너무 강조하면 갑자기 채권거래가 위축되는 등의 문제점이 뒤따를 수 있으므로 정부가 적극 나서 풀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밖에 참석자들은 노사문제, 공기업 민영화, 대외경제의 민.관 협력방안, 금융시장 안정 등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 노 대통령, "제가 절반, 여러분이 절반" =노 대통령은 먼저 인사말에서 "할 일을 짊어지고 (미국) 왔는데 혼자 감당하기 벅차 걱정"이라며 "여러분이 함께 와 여러 활동을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미국 나들이에 성의를 다해 함께 하는 것은 많은 국제 사회에 좋은 이미지와 메시지를 줄 것"이라며 "국내 국민들도 안도할 것 같고, 정부와 경제계가 일치단결해서 노력하는 이 사실 자체가 상징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또 "제가 절반만 하면 여러분이 절반을 할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고 밝혔다. ◆ 정부와 재계의 화합계기 될까 =노 대통령은 "좋은 말씀 듣고 이것을 기초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회담에도 쓰고 그밖의 여러 활동에도 밑천으로 쓰겠다"고 말했다. 답변 중간 중간 재계인사들은 박수로 공감을 표시했다. 조윤제 청와대 경제보좌관도 "미국으로 하여금 우리 경제정책에 대한 의심을 떨어내게 하는 기회이며 국내에서도 정부와 재계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