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한상원씨(42)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사오정'(사십오세가 정년이란 뜻)이란 우스갯소리가 나돌 만큼 퇴직 연령은 낮아졌지만 퇴직후 생계 대책 세우기가 막막하기 때문이다. 유일한 기대였던 국민연금도 내년부터 수령액이 크게 줄어든다는 소식이다. 은퇴 후 어떻게 생계를 꾸려 나갈지 깜깜하다. 노령화사회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노후대책을 마련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물가와 연금보험료는 인상되고 있다. 그렇지만 보험금은 줄고 있다. '실질금리 제로시대'에 한푼 두푼 모아놓은 돈을 은행에 맡겨봤자 이자는 쥐꼬리만 하다. 주식에 투자하거나 창업하자니 리스크도 크고 자금마련도 여의치 않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조사한 노후생활 자금은 4억7천49만원. 현재 만 60세인 부부가 평균 기대수명인 80세까지 인간적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액수다. 그렇지만 노후를 위해 이 정도 액수를 저축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가입기간 40년 기준)는 소득의 9%(사업주 납부 감안한 실제 부담률은 4.5%)를 보험료로 내고 있다. 은퇴 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가입기간 평균소득의 60%다. 월소득 2백만원 직장인(가입기간 평균소득도 동일하다고 가정)이라면 매달 9만원(4.5%)씩 내고 은퇴 후 월1백20만원을 받는다. 정부 방안대로 내년부터 보험료가 월소득의 15.85%(가입자 부담은 7.925%)로 오르고 수령액은 평균소득의 50%로 줄면 가입자는 매달 15만8천50원씩 내고도 은퇴 후엔 월1백만원만 타게 된다. 서울 종로구에서 패스트푸드점을 하는 김성수씨(43)는 "국민연금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며 "납부가 의무화돼 있어 어쩔 수 없이 내지만 최대한 적게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월소득 4백만원 정도인 그는 연금공단에는 70만원만 신고해 현재 월 3만7천원의 연금보험료를 내고 있다. 금융자산을 어느 정도 가졌더라도 고민은 마찬가지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재테크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1억원을 은행에 넣어도 한달 이자는 36만6천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노후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년층이 급증한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0년 75.87세였던 평균수명은 2005년 77.70세로, 2010년 78.78세로 높아질 전망이다. 은퇴 연령을 50∼60세로 잡아도 20∼30년 가량은 더 산다는 얘기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00년 3백39만명에서 2005년 4백37만명, 2010년 5백3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은행 김춘대 개인고객팀장(분당중앙지점)은 "최저 생계비도 안되는 국민연금은 노후대책이 될 수 없다"며 "개인연금신탁 등 연금식상품에 가입하는 등의 대책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철.임상택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