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의학계와 제약업체들이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와 관련된 특허를 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캐나다와 홍콩의 연구소와 대학,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최근 사스 바이러스의 연구성과에 대해 특허권을 신청했으며 다국적 제약사들도 진단법과 치료제 시장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사스 특허전쟁의 선두 주자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암연구소 산하 유전공학센터.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처음으로 해독한 이 연구소는 미국에 조건부 특허권을 신청,이 바이러스 게놈의 상업적 권리를 두고 미국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홍콩대 연구진은 지난 3월 말 최초로 사스 바이러스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고 바이러스 샘플을 몇몇 연구소에 제공했다가 뒤늦게 상업적 활용을 위해 기업들과 특허권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애틀랜타의 CDC도 사스 바이러스와 관련,최소 1건의 응용분야 특허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센터측은 다른 대학,연구소의 특허 신청 상황을 알고 있다고 말했으나 특허 신청 시기와 내용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사스 바이러스의 진단과 예방백신,치료제 시장에는 이미 벤처기업들이 뛰어든 데 이어 로슈와 애보트 래버러토리스,머크,아벤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가세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사스 바이러스 퇴치 노력이 성과가 없거나 사스가 유행성 독감처럼 계절적으로 반복될 경우 거대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처럼 특허 경쟁이 치열해지는 한편에서는 바이러스와 관련된 연구성과로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1955년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수많은 어린이를 구제하는 데 기여한 조너선 솔크는 "태양도 특허신청할 수 있겠는가"라며 의학분야의 연구성과에 대한 지나친 상업적 이용에 경계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 --------------------------------------------------------------------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들도 사스정복에 나서고 있다. 바이오니아,에스디,CTC바이오,RNL생명과학 등 바이오벤처기업들이 사스의 병원체인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에 뛰어들었다. 이들 업체는 공개된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진단시약이나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연구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바이오니아는 사스 환자의 콧물이나 타액만으로 수시간 내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와 소독장치를 개발,지난 3일부터 베이징에서 유효성 테스트를 하고 있다. 에스디도 사스 감염 여부를 즉석에서 진단할 수 있는 사스 진단키트를 개발 중이다. 회사측은 이르면 올 상반기 안에 국산 사스 진단시약을 선보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TC바이오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권두한 선임연구원팀과 손잡고 코로나바이러스 증식을 70~90% 이상 억제할 수 있는 천연물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권 연구원팀은 바이러스 증식억제에 탁월한 효능을 가진 고삼과 초피나무 추출물에 대해 물질특허를 출원할 계획이다. RNL생명과학은 "자체개발한 식품신선도 보존제인 '그린존'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완벽한 살균효능이 있다는 것을 규명했다"며 "이를 활용한 사스치료제 개발에 힘을 쏟고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