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제왕적 대통령'이란 용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이는 권위주의적인 정부의 폐해를 겪으면서 자생적으로 탄생된 말로 생각된다. 노무현정권은 행정부 절대 우위 정치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정치개혁을 구상중인 것 같다. 국민의 의사에 뿌리를 둔 '귀민정치(歸民政治)'의 실현은 바른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방향으로의 개혁을 위해서는 국회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감사원 회계검사권의 국회 이관 문제도 개혁 방향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국회 내부에서는 국회법 개정안과,감사원법 개정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국회사무처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국회사무처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회계조사'업무를 수행하도록 할 계획도 갖고 있는 것 같다. 공공부문에 대한 회계검사는,민간기업으로 보면 외부감사인에 의한 회계검사에 대응된다. 엔론 사태 등으로 촉발된 미국의 회계제도 개혁과 때를 같이해,우리나라에서도 민간부문을 대상으로 한 회계제도 개혁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다. 외부감사인을 정기적으로 교체하며,감사대상 기업에 대한 컨설팅 업무를 제한하고,감사위원회를 의무화하는 것 등이 주요 골자다. 그 정신은 투명한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회계감사인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고 강화한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회계검사는,납세자인 국민에 대한 정부의 '수탁책임의무'를 검증하기 위한 주요 장치다. 자신들이 납부한 세금을 정부가 제대로 운영했는지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한 국민으로서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가진 기관으로 하여금 회계검사를 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회계검사의 '독립성'이란,공정하고 객관적인 감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이며 제도적인 장치를 말하는데,업무상·신분상의 독립성 등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업무상의 독립성은,감사의 전과정에서 자율성이 보장되는 것을 말한다. 감사원은 회계검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집단이나 이해관계인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따라서 감사원은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나아가 정치권력으로부터도 독립돼야 한다. 신분상의 독립성은,회계검사기구의 장은 법률로 그 신분이 보장돼야 하며,소속인원에 대한 인사권이 독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국 감사기구 장의 임기를 보면 종신(영국),15∼10년(미국 캐나다 호주 등),또는 정년(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등)까지로 돼 있다. 감사원장의 임기가 4년으로 돼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참고할 일이다. 회계검사에는 독립성과 더불어 전문성이 필요하다. 전문성이란 감사인이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는 것을 말한다. 민간부문에서는 전문성의 전제로 공인회계사 자격의 취득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회계도 민간과 마찬가지로 갈수록 복잡하고 고도화돼 가기 때문에 감사인의 전문성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회계검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확보된다면 감사원의 소속은 그리 문제 될 것이 없다. OECD 28개 국가 중 우리나라와 스위스 감사원만이 행정부에 소속돼 있다. 우리나라는 감사원이 행정부에 소속된 독립기관이지만 의회가 감사지시권을 보유하고 있고,스위스의 경우 실제 운영은 독립돼 있다. 미국 덴마크 멕시코 등 9개국은 감사원이 입법부 산하이고,캐나다 러시아 등 나머지 대부분의 국가(18개국)는 감사원 운영이 완전 독립돼 있다. 따라서 감사원의 소속은 법률적인 규정에도 불구하고 독립기관형이 대다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정치권과 입법부 일부에서 논의되는 바와 같은 국회사무처의 회계조사업무 수행 등과 같은 논의는 회계검사의 독립성과 전문성 양 측면에서 볼 때 그 타당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또 헌법에 반해 하위법령인 법률 개정만으로 회계검사와 동일한 기능을 국회에 부여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도 있으므로 법률적 검토와 함께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namlee@mail.sogang.ac.kr -------------------------------------------------------------- ◇시론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