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홍콩,캐나다 등지에서 진정세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중국에서는 여전히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사스 방역대책에 반발하는 주민들의 항의시위까지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5일 현재 하루 160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 감염자가 4천280명으로 늘어나고 격리대상 주민이 전국적으로 3만여명에 달했다. 최대 피해지인 수도 베이징(北京)의 경우 이달 중순께 사스 상황이 진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신중한 낙관론 속에외부와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고, 저수지 80개를 봉쇄하는 등 방역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국가 재앙이 된 사스 위기 속에서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격리시설 지정에 반발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잇따라 발생, 지역 이기주의 현상을 노출하고 있는 반면 주민들의 위생관념과 관리들의 책임행정 의식은 강화되는 긍정적 변화의 바람도 함께 일고 있다. 중국, 대만 등에서 계속 사스 감염자가 속출함에 따라 5일 현재 전세계에서 사스로 인한 총 사망자 수는 464명으로 늘었고, 환자 수도 6천500명을 넘었다. ◆ 중국, 사스 확산세 지속= 중국에서는 5일 사스로 9명이 추가로 숨지고 160명이 새로 감염, 총 206명이 사망하고 4천280명이 감염된 것으로 집계돼 사스 확산세가 아직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루 100명 이상씩 신규 감염자가 속출했던 베이징에서는 4일 신규 감염자 수가69명으로 떨어졌다가 5일 다시 98명으로 늘어났다. 베이징에서는 5일 현재 1천897명이 사스에 감염됐고, 이중 103명이 숨졌다. 의심환자 1천510명을 합치면 사스 감염가능성이 있는 주민 수는 무려 3천400여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베이징의 격리 주민 수만 1만6천436명에 달하고, 장쑤(江蘇)성 난징(南京)과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의 격리주민 각각 1만여명에 다른 지방을 합치면중국 대륙내 격리대상 주민 수는 3만여명을 웃돌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예방.방역조치 강화= 베이징 당국은 사실상 외부의 출입을 거의 봉쇄하다시피한 가운데 식수를 통한 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베이징내 80개 저수지에서 수영과낚시, 야영 등을 금지했으며, 전자오락실, PC방, 영화관 등 모든 오락장소와 실내스포츠센터, 학교 등도 폐쇄됐다. 베이징 교외 창핑(昌平)현 샤오탕산(小湯山)에 건립중인 사스 전문 치료 병원은준공을 3일 앞두고 324명의 사스 환자가 옮겨져 치료받고 있고, 군 의료진 62명이추가로 도착, 병상 1천개와 군 의료진 1천200명 규모로 개원 준비를 마쳤다. 한편 위생부는 특히 다른 질병으로 수술을 받았던 사람들은 반드시 고열 증세가없더라도 사스 감염 우려가 있다는 판단 아래 사스 진단규정을 바꾸고, X레이 흉부촬영 판독 기준도 개정했다. 중국과 미국의 과학자들은 5일 베이징에서 사스 토론회를 열고 예방과 치료에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의료 기반시설이 미비한 내륙 오지의 사스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고 중국 정부에 경고하고 나섰으나 당국의 불충분한 자료로 인해 이같은노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5일 보도했다. ◆주민 반발 폭동= 저장성 위환(玉環) 지역 주민 1천여명은 최근 자신들의 마을이 사스 격리시설로 지정된데 격분해 정부 건물에 침입, 집기를 부수고 불을 지르는등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현지 경찰 관계자는 "주민 몇 명이 시위로 구금됐다"고 확인했다. 중국 허난성(河南省) 중부지역의 린저우시(市)에서도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개소를 준비중이던 격리센터와 다른 의료시설에 대한 시위와 약탈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13명이 체포됐다. 앞서 지난달 27일 밤 중국 톈진(天津) 북서쪽 20㎞ 지점인 소도시 차구강 주민수천명이 현지의 한 중학교가 격리병동으로 지정된데 항의하며 학교를 점거하고 집기를 불태우는 등 소요를 벌인 바 있다. ◆전망= 베이징에서는 하루 감염자 수가 100명대에서 두 자리 수로 감소, 사스가 최악의 상황은 넘겼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직 자기만족에 빠질 겨를이 없다고 경고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베이징에서 사스 확산이 진정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고 강조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최고의 사스 전문가로 불리는 중난산(鍾南山) 공정원 원사겸 광저우(廣州)호흡기질환 연구소장은 베이징의 사스 발생이 다음주 말께 감소세로 반전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그러나 확실한 예측을 하기 위해서는 며칠 뒤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말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조성대 특파원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