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끝나자 사스라는 전염병이 번져 세계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스로 인해 세계교역 증가율이 절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IMF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3.2%로 낮추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세계적인 피해규모가 3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세계 제조업의 중심지인 중국이 사스의 진원지이자 최대 감염지역이어서 인접한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경제가 직접적인 충격을 받고 있으며 이것이 북미·유럽경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그동안 세계경제의 침체상황에서도 비교적 빠른 성장으로 글로벌 경제를 지탱해 왔던 아시아 지역에 사스피해가 집중됨으로써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경제의 사스 피해는 최소 1백65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유럽지역에서는 감염 기세가 수그러들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여전하다. 만일 사스가 장기화될 경우,동아시아 12개국에서 모두 5백억달러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발병 사실을 즉각 알렸다면 피해가 이처럼 크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외국금융기관들의 예측은 놀라움을 더하게 한다. 중국 현지 투자기업의 조업 단축 및 채산성 악화 등도 문제지만,중국과 동남아 경제의 침체로 인한 세계 각국의 수출감소,외국인투자 축소,관광 항공 등 서비스업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생산활동이 위축되고,금융·비즈니스의 중심인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전세계 기업들에 상당한 파장이 미치고 있다. 우리 경제도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등 피해지역의 소비수요가 급감하면서 수출업계 석유화학업 해운업 관광업 등이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1분기의 3.9%보다 2분기에 더 하락할 전망이며,외국의 보고서(FEER)는 사스로 인해 약 0.4%포인트의 성장률 둔화를 겪을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매출액이 20∼30% 감소하고,대기업의 신용장 개설도 격감함으로써 수출이 15억∼3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작년 12월 이후 4개월 연속으로 경상수지적자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더욱이 사스 장기화로 중국 농수산물의 수입이 감소하면 현재의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을 더욱 심화시키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당국은 급격한 소비위축과 수출감소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추경예산의 조기편성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말 가계부실로부터 이라크전쟁 위기로 이어진 소비위축에 따른 경기침체가 사스 확산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경기를 부양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추경편성에 더하여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감면과 규제완화 등의 정책수립과 효율적 집행이 요청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백신 개발이 안된 현재로서 사스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길은,사스 방지를 위한 보건당국의 철저한 관리라는 것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번의 사스 파동을 보면서 두가지 문제점에 주목하게 된다. 우선 행정당국의 정직성 문제다. 사스 발병 사실을 초기에 알리지 않은 중국정부의 신뢰추락에서 볼 수 있듯이,'정직성(honesty)'이 최선의 정책(the best policy)이라는 점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부의 정책입안자 및 행정관리자에게 투명성과 정직성은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덕목임을 이번 사건이 일깨워 준다. 사스 확산으로 인해 중국은 상당한 경제적 손실과 국가 위상 하락을 겪게 됐다. 중국의 경우를 거울삼아 우리 정부는 국민에게 사스의 현재상황,대처상황 등을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 다음으로 사스의 불확실성에 관한 것이다. 정책당국의 애로사항중 하나는 사스가 한국경제에 어느 만큼 피해를 입힐 것인지 예측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또 사스의 진행방향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구체적인 대비책을 제시,불확실성을 줄임으로써 국민경제의 혼란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hahyunjo@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