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자리가 흔들리면서 은행 주가도 급락하고 있다. 정부는 2일 "은행장 흔들기는 있을 수 없고 시중은행장 인사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그같은 입장표명에 신뢰를 보내지 않았다. 은행장 흔들기가 관치금융 논란으로 불거지고 이는 한국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자의 불신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 흔들리는 은행주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0.32% 떨어지는데 그쳤다. 하지만 국민은행 주가는 4.69% 급락했고 하나은행 주가는 2.87%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큰 낙폭이다. 물론 최근 며칠새 은행주들의 주가 상승이 컸기 때문에 조정의 폭도 깊었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적 변수'가 투자자들을 불안케 한 점이 이날 주가급락의 주 배경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가계 및 신용카드 부실에 따른 실적부진 책임론에 시달려 왔다. 여기에 최근 감사원의 감사가 연장되고 관료집단의 견제대상으로 꼽히면서 외압에 의한 '낙마설'에 휩싸였다. 김승유 하나은행장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 이후 SK그룹 여신이 많은 서울은행과 합병할 당시 사후 손실 보장을 받아내지 못했다는 책임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메리츠증권 구경회 연구위원은 "은행장의 진퇴에 정부가 관여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이날 전체적으로 4백66억원 규모의 매수우위를 보였지만 국민은행은 2백99억원어치, 하나은행은 3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 순매도 규모로 이들 은행은 1,2위를 차지했다. 매각 시비가 불거진 조흥은행의 주가도 이날 1.76% 떨어진 3천9백10원에 마감됐다. ◆ 관치금융 재현 우려 김정태 행장도 이날 월례조회에서 "최근 본인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낙마설'의 공식적인 확인이라는 측면에서 시장에 파장이 컸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최근 카드채 매입 등 금융당국의 대책에 은행들이 직접 동원됨으로써 관치금융의 재현에 대해 투자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은행장 인사에 대한 여러 가지 '설(說)'들은 은행주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한화증권 임일성 연구원은 "은행장 인사에 외압이 제기된다면 단순히 은행주의 문제를 떠나 한국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정태 행장이나 김승유 행장이 'CEO(최고경영자) 주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그동안 주주들의 호응을 받아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장 '흔들기'가 주주들의 동요를 낳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장동헌 SK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외압설의 확대 재생산은 한국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외국인의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