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투명성의 경제학..裵洵勳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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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중국의 남부지역 광둥성(廣東省)에서 처음 발생한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가 전 세계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감염자가 30일 현재 5천6백63명에 이르고,사망자도 3백72명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카오에서도 사스 추정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면서 사스 영향을 받는 나라는 29개국으로 늘어났다.
이 여파로 여행객이 감소해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인구가 밀집된 곳에는 전염병이 쉽게 창궐할 수 있어 더 걱정된다.
그러나 외국은행과 연구소들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사스로 인한 우리나라의 경제적 손실은 GDP(국내총생산) 0.02% 정도 감소라고 추정하고 있으니 방역에 만전을 기하면 큰 피해 없이 지나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문제는 원인과 치료가 분명하지 않은 질병재앙에 부딪쳤을 때 우리의 대응이 어떠냐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년 전 영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으로 인해 온 세계가 쇠고기를 먹지 않는 소동이 벌어졌다.
수 많은 소를 도살해 소각하고,광우병에 대한 여러 가지 이론이 발표됐다.
하지만 아직도 어떻게 하여 이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사라졌는 지에 관해 아무도 모른다.
모두들 그냥 예전 습관대로 쇠고기를 다시 먹고 있을 뿐이다.
광우병에 대한 우려에 비해 광우병으로 인한 인간환자 발생 확률이 너무 낮아 처음부터 의미있는 통계적 분석이 불가능했다.
단지 발병 환자의 숫자가 더 이상 뉴스에 오르지 않아 잘 알지 못하고 지날 뿐이다.
일본에서도 광우병에 걸린 소가 뉴스로 전해졌으나 그 후 어떻게 해결됐다는 소식은 없다.
돼지 구제역 사례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바탕 소동이 나서 병 걸린 가축을 도살해 소각하고,그 부근을 격리해 소독함으로써 구제역을 퇴치했다.
구제역은 인체에 해롭지 않다 하더라도 가축에 대한 전염성이 강해 방역을 잘 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몇년 전 홍콩에 구제역이 퍼져 한동안 수입 돼지고기를 폐기한 적이 있다.
우리에게도 가끔 발생한 적이 있지만,투명하고 신속한 조치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작년 6,7월의 월드컵축구대회 기간중 일본은 응원 열기에 따른 심장병 환자 대책을 크게 광고한 적이 있다.
심장병이 발작했을 때 긴급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었다고 주장했다.
우리도 선전은 하지 않았으나 필요한 대책을 마련했고,그 결과 별탈 없이 끝났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식 가격이 국제수준(가격/수익 비율)과 비하면 현저하게 낮은 것을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고 부른다.
외국인들이 지적하는 주요 원인은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와 회계 등의 투명성 부족을 들고 있다.
2001년 8월 전 세계 경제를 흔들었던 엔론사 회계부정 사건이 드러났을 때 많은 유명 미국기업들도 의심을 받았다.
아마 정밀 조사를 했으면 엔론사 외에도 분식결산한 기업이 더 나타났을 수도 있었다고 짐작된다.
회계 기준의 차이가 아니라,서구적(西歐的)인 관행에 어긋나면 투명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아무리 투명하다고 주장해도 외국인들이 의심하고,그 의심을 해소하지 못하면 외국자본을 유치할 때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체면이 좀 깎이고 기분이 나쁘더라도 글로벌 스탠더드(국제관행)를 따라야 한다.
엄청난 우리 재산이 저평가를 받는 마당이니 체면은 접어두고 국제관행에 따르고 있다고 크게 떠들어야 한다.
투명성에 대해서는 조금 과장을 하더라도 인정받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가 사스의 방역 대책을 투명하고 또 엄격하게 하는 것은 우선 사스가 전염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고,동시에 우리 국민들이 일치단결해 위기에 잘 대처하는 모습을 대외에 보여주기 위해서다.
사스로 인한 인명 피해도 문제이지만,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심각한 사태에 대처하는 능력이 우리 주위 국가들 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동북아 경제중심국'이 되는 지름길이다.
soonhoonbae@kgs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