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정치인생의 최대 고비를 맞았다. 아라파트 수반은 권력을 분산시키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해 총리직 신설을 받아들인 데 이어 온건파 총리 지명자가 원하는대로 내각을 구성하는 데 합의했다고 AP 등 외신들이 24일 보도했다. 미국을 등에 업고 아라파트 수반과 권력투쟁을 벌여 총리 지명자가 내각을 장악함에 따라 아라파트의 40년 독점권력이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라파트 수반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요구에 못이겨 지난달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사무국장을 총리로 지명했다. 그후 두 사람은 경찰·치안권을 쥐게 될 내무장관 자리에 누구를 앉히느냐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이날 "6시간 안에 내각 구성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총리를 맡지 않겠다"는 압바스 총리지명자의 위협에 못이겨 무릎을 꿇었다. 이라크에 진군하는 대신 중동 평화를 보장하라는 EU의 요구를 받아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압바스 총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출범 해야만 중동 평화를 위한 로드맵을 공개하겠다"고 밝혀 아라파트 수반을 수세로 몰았다. 이스라엘 정부도 "총리가 실질적 권한을 갖고 테러 단속에 나서야 우리도 협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성명을 내 미국을 거들었다. AP통신은 이와 관련, "아라파트 수반은 내각 구성안을 양보하는 대가로 과격단체 해체를 포함한 주요 의사 결정에서 배제되지 않을 것이고 신변 안전도 보장받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보도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