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채용시장이 서서히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라크전과 경기불황의 여파로 채용계획을 전면 보류했던 기업들이 전쟁 종결과 하반기 경기호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력채용에 다시 나서고 있어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구직자들에게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내수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공격경영의 채비를 하는 자동차업계, 호황을 누리는 조선과 건설업계, 업황이 바닥을 찍은 것으로 분석되는 전자업계를 중심으로 인력채용 계획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이달내 신입.경력직 영업사원 200여명과 300여명을 각각 채용하는데 이어 상반기내로 400여명 규모의 대대적인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단행할 계획이다. 대졸 공채는 전분야에서 이뤄지며 이와 함께 핵심인력 육성 차원에서 다음달까지 해외 유명대학 석.박사 100여명을 채용한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내수부진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세계 5대 자동차업체로의 도약을 위해 공격경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며 "불황기의 투자와 인력채용이 도약의 기반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망 확대와 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온힘을 쏟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는 1.4분기에 400명을 채용한데 이어 생산.연구개발.영업 등 전부문에 걸쳐 우수인력 400여명을 추가로 수시채용할 방침이다. 올 수출목표를 지난해 2배 수준으로 늘려잡은 GM대우차도 상반기 200여명의 신규채용을 실시한데 이어 하반기에 최소 500명 최대 700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사무.기술.연구인력 등 전분야에서 대졸 신입사원 50명을 뽑기로 하고 현재 서류전형을 진행중이다. 대규모 수주가 잇따라 성사되며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조선업계는 상반기 채용규모를 지난해보다 오히려 늘려잡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상반기에 지난해 상반기보다 30% 가량 늘어난 300여명의 신입사원을 뽑기로 하고 서류전형을 진행중이며 현대중공업도 지난해보다 2배로 늘어난 100여명을 상반기에 채용한다. 올 수주목표를 이미 초과달성한 STX조선도 현업부서에서 인력충원 요청이 계속되자 이미 채용한 50명에 이어 상반기중 30명을 더 뽑을 예정이다. 건설수주가 호조를 보이는 건설업계도 인력채용이 활기를 띠어 대우건설이 다음달까지 전분야에서 대졸 신입사원 100여명을 채용하며 포스코건설도 70여명의 대졸신입사원 채용을 실시한다. IT(정보기술)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전자.IT업계의 신규인력 채용도 잇따르고 있다. LG전자는 경제 불투명이 걷히면서 지난달말부터 채용을 재개해 상반기내에 800여명의 대졸 신입.경력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며 LG전선도 50여명의 신입.경력.연구직 사원을 모집하고 있다. 삼성SDI는 연구개발.영업.경영지원 등의 분야에서 200여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하며 한국후지쯔는 시스템기술지원직 신입사원과 영업.엔지니어 부문의 경력사원을 채용한다. 내수부진으로 신규점포 개설이 다소 주춤했던 유통업계도 전열을 가다듬으며 인력채용을 재개하고 있다. 신세계는 장교 출신에 한해 전역자나 올 상반기 전역예정자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100명을 다음달 선발하며 롯데쇼핑도 다음달중 전분야에서 100명 이내의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테스코는 하반기 개점하는 점포의 수요인력에 맞춰 다음달 신입사원 공채를,6월에는 경력사원 공채를 실시할 예정이다. 업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철강업계도 인력채용에 나서 포스코가 오는 7월 대졸 인턴사원 80명과 해외 전문인력 40명을 채용하며 동국제강과 연합철강도 6~7월에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중견그룹중에서는 한화그룹이 장기적인 핵심인재 육성을 위해 올 상반기 채용인원을 지난해보다 50여명 늘려 350명을 채용하며 금호와 동부그룹도 상반기내 각각 200여명과 150여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금호그룹은 대졸 공채외에 해외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해외 MBA(경영학석사) 졸업자들을 대상으로 재무, 마케팅, 기획, 인사 분야의 채용을 실시할 계획이다. 채용정보업체 인크루트의 최승은 팀장은 "이라크전, 북핵 위기, 경기침체 등의 불투명성이 점차 걷히면서 기업들이 신규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며 "2.4분기에 경기가 바닥을 찍을 경우 하반기 채용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