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기업의 접대문화 개선을 위해 언제 누구와 어디서 어떤 목적으로 만나 접대비를 지출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내역을 제출토록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접대비가 세금탈루 및 기업내부비리 등의 요인이 되는 측면이 있는데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과잉접대가 국민정서와도 배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실시될 경우 현실적으로 충격과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 또한 직시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룸살롱 등 고급유흥업소와 골프장 접대다. 지난해 룸살롱과 골프 접대는 1조9천억원으로 기업들의 총 접대비 지출액 4조7천억원의 39%를 차지했다. 이중 룸살롱이 4분의 3,골프가 4분의 1을 각각 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룸살롱과 골프 접대를 하지 못할 경우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특히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접대했는지까지 공개하면 접대 자체도 아예 불가능하게 될 것이란게 기업관계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결국 접대내용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편법적이거나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는 사례만 늘어나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실 여건과 문화적 토양과는 괴리된 채 이상적이고 관념적으로 치우친 제도가 문제를 개선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부작용을 낳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되새겨봐야 한다. 내수경기 침체가 가속화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룸살롱이나 골프 접대는 법인 고객이 대부분인 점을 감안하면 접대비 규제는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인 해당 업소의 급격한 퇴조를 부르고 이것이 소비위축을 가져와 경기에 또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없지 않다. 일본의 경우 기업접대비 규제가 골프장 연쇄 도산과 내수경기 악순환을 불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과잉접대가 개선돼야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정부도 고위공무원들의 판공비 내역을 공개하겠다며 앞장서 나서고 있는 마당이다. 하지만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현실적 여건과 맞지 않는다면 그 정책은 실패하게 마련이다. 기업들이 경비 절감 등을 위해 자체적으로 접대를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상대방을 밝히지 않으면 접대비를 손비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대처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