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서 회계사로 일하고 있는 폴 창씨(42)는 2년 전 대륙으로 건너온 홍콩인이다. 그는 대륙 생활을 묻는 질문에 "1백% 만족한다"고 답한다. 그는 현재 연봉(주택 및 자녀 교육비 지원 제외) 46만위안(약 6천9백만원)을 받고 있다. 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왕창이(王昌義)씨(37).그는 대만인이다. 대만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유학,미국투자업체 법인장으로 상하이에 부임했다. 그에게 "중국이 낯설지 않느냐"고 묻자 "대만보다 오히려 생활하기에 편리하다"고 했다. 이 두 사례는 최근 일고 있는 대만 홍콩 인재의 중국 유입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륙으로의 '인재이동'현상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금융 회계 정보통신 경영관리 등의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홍콩의 헤드헌팅사인 엠비션은 '대만 성인 60%가 대륙에서 일하기를 원한다'는 조사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홍콩 회계사의 경우 80%정도가 대륙 이주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홍콩 인재들이 대륙으로 가는 이유는 그곳에 일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대만의 주요기업들은 이미 거점을 대륙으로 옮겼거나 옮기고 있다. 제조업 공동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대만 젊은이들은 당연히 대륙에서 일자리를 찾아야 할 형편이다. 다국적기업들이 아시아지역 본부를 중국으로 옮기면서 홍콩 인재의 대륙행(行)도 가속화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중국어에 능통하고,서방 학문을 접했다는 점에서 중국진출 외국기업으로부터 환영받는다. 생활여건 역시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대만과 홍콩에서는 즐기기 어려운 넓은 주택을 가질 수 있고,자녀는 외국인 전문학교에 보낼 수 있다. 생활비도 싸다. 금융 회계 법률자문 등 전문직 급여수준은 대만이나 홍콩 수준과 별 차이가 없을 만큼 높아졌다. 대륙으로의 인재이동은 정치적인 파급효과도 크다. 덩샤오핑이 내건 '한나라 두체제(一國兩制)'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이미 경제적으로 대만을 통일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대만과 홍콩 경제가 대륙의 무게중심으로 급속하게 빨려들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