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게놈프로젝트의 주도기관 중 하나인 미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는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인간생명의 유전적 청사진인 인간게놈지도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약 3년 전 인간 게놈지도 초안을 작성, 세계를 놀라게 한 인간게놈프로젝트의과학자들은 인간게놈의 염기서열을 100% 해독한 게놈지도 완성본을 예정보다 2년 빨리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과학적 개가는 유전정보를 담고있는 DNA(디옥시리보핵산) 발견 50주년에맞춰 이뤄진 것으로 로봇공학과 슈퍼컴퓨터의 발전 덕분에 게놈지도 완성이 앞당겨졌다. 염기서열 해독작업의 3분의 1을 실시한 영국 웰컴 트러스트 생거 연구소의 앨런브래들리 교수는 "우리는 의심의 여지 없이 생명이라는 책의 가장 감격적인 장 중하나에 착수했다"면서 "인간 게놈지도를 완성함으로써 얻는 의학적 혜택은 엄청날것"이라고 말했다. 프랜시스 콜린스 NHGRI 소장도 게놈지도 완성을 통해 "과거 신에게만 알려진 책을 우리도 일별하게 됐다"고 기뻐했다. 이같은 인간 게놈지도 완성은 각종 질병의 예방과 치료 등 의학분야에 혁명을가져오고 신의 영역으로 간주돼온 생명현상을 깊이 이해하는 토대가 될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인간 게놈지도가 의학 분야에 가져올 변화는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물론 각 분야의 전문가들 조차 쉽게 점치기 어려울 만큼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 유전정보의 총체인 인간 게놈에서 일어나는 변이는 당뇨병에서 천식, 암,심장마비 등 적어도 1천500여 가지 질병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런 변이의 질병유발 과정이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변이의 예방이나 변이 치료 방법이 개발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견해도 많다. 하지만 이번 인간 게놈지도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게놈지도 완성으로 유전자 변이와 질병의 연관성이 더욱 분명해 질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획기적인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로스앤젤레스 소재 캘리포니아대 리나 펠토넨 박사와 존스 홉킨스대 빅터 A.맥커식 박사는 "인간 게놈지도가 완성됨으로써 생의학 연구계는 연구방법과 전략에서엄청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 게놈지도 완성으로 환자별 맞춤 치료법이나 정상적인 부분은 손상시키지않고 질환 부위만 선별적으로 공격하는 약품, 출생시 앞으로 걸릴 가능성이 많은 질병을 예상하고 이를 예방하는 것 등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래에 신생아들은 치료 가능한 유전질환 검사를 받고 관상동맥 질환에걸릴 가능성이 큰 아이들은 미리 치료를 받아 심장마비를 예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치슨암센터의 바버라 J. 트라스크 박사는 "암은 분명히 게놈에 의해 발생하는질병"이라며 "개인별로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아내 문제를 해결하는 맞춤 치료법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녀는 또 앞으로 의학계는 게놈지도를 이용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사람 중 에이즈 발생시기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간 게놈지도 완성은 이밖에도 각종 중독성 질환이나 정신 질환의 치료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 의학은 중독질환의 약 50%가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셀레라 연구팀의 피터 맥거핀 연구원은 게놈지도 완성으로 약물남용자나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제 개발도 가능해졌다며 치료약품이 교도소를 대신할 날도 올 수있다고 말했다. 그는 게놈지도가 심리학과 정신병 치료에도 혁신적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며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발견하면 반사회적 행동을 예방하거나 치료할수 있는 약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텍사스 대학의 정신병 전문의인 에릭 네슬러 박사도 생물학적, 사회적 요인이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약물중독 치료에도 유전자 치료가 큰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며 게놈지도를 통해 알코올이나 약물중독의 유혹에 약한 유전자를 찾아내면 치료제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네슬러 교수는 "지금까지는 중독질환이 유전된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인간유전자 염기서열에 관한 정보가 없어 그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이제게놈지도가 마련됨으로써 중독질환의 원인과 예방.치료법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가능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전자가 질병 치료의 완전한 해답은 될 수 없다는 지적과 함께 유전자정보가 보험이나 고용등에서 차별의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있다. 허치슨암센터의 트라스크 박사는 "암과 심장병 등 많은 질병의 유전적 요인은분명하지만 흡연과 고지방 음식, 운동 부족 등이 원인이라는 것도 분명하다"며 "인간 게놈에 대한 연구를 통해 환경적 요인이 질병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다면예방과 치료에 극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AP.AFP=연합뉴스) yung23@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