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4자(字) 덫'에 빠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4%대로 추락했고 가계빚은 4백조원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코스닥 지수는 지난해 말 이후 석 달 넘게 40포인트대 언저리에서 헤매고 있고 물가와 실업률도 4%에 육박하는 등 주요 지표들이 공교롭게도 일제히 4자(字)를 달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산하의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0일 발표한 '2003년 1.4분기 경제전망'에서 올 한해의 성장 전망치를 당초 5.3%에서 4.2%로 낮춰 잡았다. 같은 날 한국은행도 올 성장 전망치를 5.7%에서 4.1%로 끌어내렸다. 코스닥 지수는 작년 12월 23일 51.76포인트에서 49.14포인트로 내려앉은 이후 단 한 번도 50포인트선을 탈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5일부터 이달 4일까지 한 달간 30포인트대까지 주저앉았다가 지난 7일에야 겨우 40포인트대로 올라섰다. 그러나 30포인트대로 다시 떨어질 위험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한국 경제의 복병으로 꼽히는 가계부채는 지난해 7월 4백조원선을 돌파, 가장 먼저 '4자 클럽'에 가입했다. 작년 말엔 4백39조원으로 불어나 국내총생산(GDP)의 73.7% 수준에 달했다. 지난 99년 말 가계빚 규모가 2백14조원에 불과했던 점에 비춰보면 3년새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런 증가 추세라면 올 연말엔 5백조원 안팎까지 증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들어 국제 유가가 급등한 탓에 연평균 물가도 4% 가까이 오를 조짐이다. 한은이 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당초 3.4%에서 3.9%로 수정 전망한데 이어 KDI도 연간 상승률 예측치를 3.3%에서 3.8%로 끌어올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4.5%나 치솟은 상태다. 실업률도 '4자 마수'에 걸려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98년 7.0%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2002년 3.1%까지 점차 떨어져 왔으나 다시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