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대학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학간 인수합병(M&A), 유사학과 통폐합 추진 등을 내용으로 하는 대학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제 특성화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퇴출당하는 대학도 나올 전망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만난 모교총장, 이번에는 국제화교육과 첨단학문 특성화를 바탕으로 여성리더 교육의 산실로 자리잡고 있는 이화여대 편을 마련했다. 이화여대 신인령 총장과 도서출판 푸른숲의 김혜경 대표가 '대학경쟁력 확보 및 여성인력 활용방안'을 주제로 대담했다. ----------------------------------------------------------------- ▲ 김혜경 대표 =대학시장이 개방되고 대학간 구조조정이 추진된다고 합니다. 이제 경쟁력이 없으면 문닫는 대학들도 생겨날 것 같습니다. 이를 대비하는 이화여대의 전략은 무엇인가요. ▲ 신인령 총장 =지난해부터 경영마인드를 가미한 새로운 장기발전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학교 운영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7월 경영부총장제를 신설, 전 삼일회계법인 대표를 지낸 김일섭 교수를 경영부총장으로 임명했죠. 이와 함께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여성학 국제학 디자인 등 5개 분야를 특성화해 국제경쟁력도 확보할 계획입니다. 또 현장 실무자들을 교수진으로 영입해 맞춤형 교육도 늘려 나갈 계획입니다. BT의 경우 미국에서 분자생명 분야의 권위자인 이석우 박사를 교수로 영입할 생각입니다. 경영대의 경우 올 1학기부터 기업 CEO급 인사 47명을 겸임교수로 채용했으며 법대에서도 법원장급 이상의 법조계 인사들을 법대교수로 임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죠. ▲ 김 대표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가로막혀 왔지만 지금은 IT BT 문화산업 등 여성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늘어나고 있죠. 저도 1988년부터 인문.아동.청소년 분야의 서적을 출판하는 '푸른숲'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국내 최대의 전자책 회사인 와이즈북토피아의 대표를 맡아 지난해 4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제 경험에 비춰볼 때 여성들이 직장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직성과 성실성 합리성 등 여성만의 특성을 살려야 합니다. 대학에서 이런 교육을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 신 총장 =좋은 지적입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여성인력들이 사회적으로 많이 진출하면서 '정직성' '안정감' 등이 여성의 장점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대출신들도 직장에서 주위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는 특징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는 '섬김(봉사)'과 '신뢰'를 강조하는 이대 교육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 김 대표 =한가지 덧붙인다면 여성인력들은 일처리가 섬세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여성이 많다보면 업무 처리가 느려지고 직장내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여성인력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준비된 여성인력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 신 총장 =맞습니다. 그래서 이대는 사회의 핵심 여성인력을 키워낼 수 있는 '여성리더십 개발과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교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각종 리더십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여성정치인 양성 프로그램' '여성 공무원양성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 김 대표 =국제화시대를 맞아 대학도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게 시급합니다. 현재 추진하는 국제경쟁력 강화방안은 무엇인가요. ▲ 신 총장 =이대는 그동안 '국제대학원'을 중심으로 국내 최고수준의 국제화교육을 실시해 왔습니다. 모든 강의를 외국어로 진행하고 있으며 개인별 학습지도 및 인턴십제도를 통해 실력있는 학생을 배출하고 있죠. 이 결과 매년 1백%의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지요. 지난 2001년에는 국제대학원 산하에 국제학부를 만들어 학부 교육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외국대학과의 학점교류나 단과대별 단기연수 프로그램 등 국제교류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조형예술대의 경우 외국대학과 정기적으로 전시회를 함께 열고 있죠. ▲ 김 대표 =요즘에는 입학과 동시에 인성검사 적성검사 등을 통해 학생들의 진로결정에 도움을 준다고 하던데요. 앞으로 대학에서 학생들이 자기역량을 평가하고 여성의 특성을 살려 사회진출에 대비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겁니다. ▲ 신 총장 =이대는 기존의 취업정보센터를 발전시켜 올 1학기 안에 '경력개발센터(CDC)'를 개설할 예정입니다. 일단 새로 들어오는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적성검사를 실시한 후 학생들의 능력개발을 도와주고 졸업 후 일자리도 연결시켜 주는 시스템입니다. 어학 등의 실력만 있다면 국내외 기업 및 외국기관 등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학점도 이수할 수 있는 것도 이 센터의 특징이죠. 전업이나 재취업을 고민하는 졸업생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 김 대표 =대학도 기업과의 협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대가 하고 있는 기업과의 산학협동은 어떤게 있나요. ▲ 신 총장 =IT분야의 경우 지난 2001년에 독일 국책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 컴퓨터그래픽스연구소와 함께 설립한 '뉴미디어기술연구소(NEMETEC)'가 있습니다. 정보통신이나 컴퓨터그래픽스는 물론 자연과학, 예술, 인문사회과학 분야까지 망라한 종합기술개발 연구소입니다. 또 하이닉스반도체와도 산학협약을 맺고 있죠. SK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세포신호전달연구센터'도 대표적인 산학협동 사례죠. 각종 암질환, 류마티스성 관절염 등의 연구를 통해 신약개발을 목표로 SK가 5년 간 1백50억원을 지원하고 있죠. 또 비트컴퓨터와는 IT전문가 과정, 삼성SDS와는 e비즈니스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앞으로 학위과정으로 발전시킬 생각입니다. 정리=정구학.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