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작가 송영씨가 소설집 '발로자를 위하여'(창작과비평사)를 냈다. 아홉 편의 소설로 구성된 이번 책은 범속한 사람들의 삶의 진실을 담백한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표제작 '발로자를 위하여'는 '발로자'라는 러시아 청년의 얘기를 빌려 전환기의 혼란상태에 처한 러시아 젊은이들의 자화상을 그린 작품이다. 화자가 본 러시아 사람들은 선량하고 소박한 '인간의 얼굴'을 지녔다. 궁핍하고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흔들리면서도 자신들의 문화에 자긍심을 가진 사람들이다. 자기가 처한 어려움을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자 노력하는 인물 '발로자'의 실제 모델은 '당신들의 대한민국'의 저자인 박노자 교수(노르웨이 오슬로대학)라고 저자는 말한다. 소설 속 화자는 다름아닌 저자 송씨다. 그는 박 교수의 결혼식 주례까지 맡았으며 지금도 국적과 나이를 뛰어넘는 우정을 나누고 있다. 작품집의 끝머리에 실린 '모슬 기행'은 십여년 전 걸프전 직후 이라크를 여행한 체험을 담고 있다. 이라크 여행길에 오른 작중 화자를 포함한 일행은 바그다드에서 '로라'라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난다. 일행 중 한 명인 화가 김정은 로라의 매력에 깊이 빠져 이라크로 귀화할 생각까지 품는다. 작품은 바빌론에서 사라졌던 김정이 요르단 암만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끝을 맺지만 정작 이 소설에서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또 한번의 전쟁으로 만신창이가 된 이라크의 고색창연한 풍경과 그 곳에서 살고 있는 순박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