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은 9일 이라크전을 둘러싼 미국-멕시코간 긴장관계와 관련, "이는 우리가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전혀 아니다"면서 미국과의 관계가 모든 면에서 좋다는 점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폭스 대통령은 이날 전국에 라디오로 방송된 연설을 통해 "그들(미국)은 일방주의적 행보를 선택했고 우리는 다자주의적 해법을 계속해 지지했으며, 그들이 전쟁을택할 때 우리는 평화적인 방법을 제시했다"면서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미국과 좋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자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라크 문제와관련해 멕시코가 미국을 지지하지 않은 데 대해 실망감을 표시했다고 말하고, 언제부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가 이뤄졌는 지는 밝히지 않았다. 특히 폭스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의 이 통화가 이라크전 개전 이후 양 정상간에 유일한 전화통화였음을확인했다. 폭스 대통령은 "우리는 나중에 모든 것이 끝나면 자리를 같이 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관계의 재건에 나서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폭스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각자 취임 이후 수시로 전화통화를 주고 받는 `막역한 사이'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라크전 개전 이전에 미국은 멕시코의 지지를 강하게 요구했으며, 결국 반전대열에 합류한 멕시코내에서도 미국의 보복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심심찮게 제기됐다. 지난주 멕시코 주재 미국 대사가 미국-멕시코 관계와 관련해 앞으로 미국 의회가 멕시코에 보다 적대적인 행보를 취할 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을지라도, 아직까지양 정부는 어떠한 보복 위협 가능성도 부인하고 있다. 한편 리카르도 파스코에 전 쿠바 주재 대사, 아구스틴 구티에레스 카네트 전 아일랜드 주재 대사 등 멕시코의 일부 전직 대사들은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인 멕시코가 안보리에서 미국의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공식 성명을 이끌어내기 위해 의장국으로서의 지위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멕시코 유력일간 엘우니베르살이 전했다. 이란 주재 대사를 지냈으나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외교관은 멕시코가 미국에강력히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은 하나, 이번에 멕시코 정부가 반전 입장을취한 것은 평가할 만한 일인 것으로 지적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