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과 삼성 등 17개 기업집단이 계속해서 출자총액 규제를 받게 된 반면 현대정유와 한국수자원공사는 1일부터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에서 제외돼 계열사들이 자본금 규모에 관계없이 다른 회사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또 대우자동차 대한전선 MBC 등 7개 그룹이 이날부터 '상호출자·채무보증 제한 기업집단'으로 새로 지정돼 한전과 삼성 등 이미 규제를 받고 있는 그룹을 포함, 모두 49개 기업집단이 계열사간 상호출자와 채무보증 규제대상으로 확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이같은 내용으로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등의 지정내용'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으로 지정됐던 한국전력과 삼성 LG SK 등 19개 기업집단중 수자원공사가 재무구조 우량조건(부채비율 1백%미만)을 맞춰 대상에서 제외시켰다고 밝혔다. 현대정유는 유일한 계열사였던 인천정유가 법정관리로 계열사에서 제외되면서 출자총액제한과 상호출자제한 대상 등에서 모두 빠졌다. ◆ 개선된 재무구조 규제 대상 그룹들의 부채비율이 최근 5년간 꾸준한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8년 4월 5백18.9%(자산순위 30대그룹 기준)였던 부채비율은 올해 1백28.9%(42개 상호출자 제한집단 기준)로 떨어졌다. 규제 대상 49개 기업집단중 14곳은 부채비율이 1백%를 밑돌았다. 이 가운데 한국전력(64.49%), 삼성(67.84%), 도로공사(95%) 등 3개 기업집단은 출자총액제한 지정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조건(부채비율 1백% 미만)을 새로 맞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집단은 공정위가 '졸업 기준지표'로 인정하는 결합 및 연결재무제표를 6월 말까지 확정할 예정이어서 정부의 향후 조치가 주목된다. 그러나 강철규 공정위원장이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한 출자총액규제와 재무구조의 우량화 유도는 목적이 다르다"며 조기졸업 규정(공정거래법 시행령 17조2항)을 삭제할 방침임을 밝힌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출자규제 강화 논란 예상 공정위는 재무구조는 개선됐으나 '경제력 집중현상'은 여전하다는 판단이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상호출자제한 대상 49개 그룹의 자산(6백52조3천억원)과 계열사 수(8백41개)는 1년 전에 비해 각각 41조2천억원(6.7%), 1백37개(19.4%)씩 늘었다. 공정위는 특히 이들 그룹의 당기순이익 총액 28조원중 상위 6개 그룹이 85.0%(23조6천억원)를 차지하는 등 소수 그룹으로의 경제력 집중현상이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이동규 공정위 독점국장은 "경제력 집중과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출자규제의 유지.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금승 전경련 기업정책팀 차장은 "자체 조사 결과 12대 민간그룹의 출자비율은 2001년 말 30.6%에서 출자한도(순자산의 25%) 내로 떨어졌다"며 "재무구조도 좋아지고 출자 행태도 개선되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출자 규제를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박병원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정부도 자산 규모를 잣대로 모든 기업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을 버려야 한다"며 출자규제 정책의 방향 선회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