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가장 신임하는 군지휘관들과 부족 지도자들에게 대통령의 명령없이도 게릴라 활동을 하거나 다른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체제를 갖춰 놓았다. 후세인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미국의 전자 감시에 노출되는 위험을 무릅쓰고자신이 일일이 명령할 필요가 없도록 명령체계를 재편했다. 미국 관리들은 그러나 사담 후세인의 강력한 지시가 전쟁터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그가 사망했거나 부상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후세인이 일일이 명령을 내리지는 않고 있지만 지상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그의예측은 들어맞고 있으며 방어적인 조치들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전 미군 최고 야전사령관인 토미 프랭크스 장군은 "이 정권의 지도자가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겠다"면서 "지난 여러날 동안 이 정권이 최고위층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믿을만한 증거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쟁이 시작되기 닷새전에 이라크 정부는 후세인 대통령이 전국을 4개의 군사지역으로 나눠 정예 공화국수비대 지휘자인 아들 쿠사이와 가장 신임하는 다른 군지휘관 3명의 명령을 받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지휘자에게는 자기 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이라크 군과 국가의 모든 자원을사용할 수 있는 전권이 부여됐다. 이는 나자프와 바스라, 모술을 비롯한 다른 지역사령관들이 행동을 취하기전에 대통령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하면 후세인은 연합군에 의해 통신시설이 파괴되더라도 미국의 전자감시를 피해 숨어 있으면서 이라크를 방어하기 위한 자신의 전략은 아들과 다른 보좌관들에 의해 수행되도록 할 수 있다. 바그다드에서는 정부가 후세인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이라크TV는 29일 밤 그가 주요 보좌관들과 회의를 갖는 모습을 방영했다. 후세인의육성은 나오지 않았지만 아나운서는 후세인이 회의에서 나자프 근처에서 미군 4명을사망케한 자살공격을 찬양했다고 전했다. 지난 20일 바그다드에 대한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지 수시간후 후세인은 침울하고 긴장된 표정으로 군복을 입고 TV에 나왔다. 이 모습은 그러나 미리 녹화된 것일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 관리들은 최초 공격 이후 후세인의 모습이 생방송된 적은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후세인은 나흘후 침착한 표정으로 다시 TV에 나와 이라크 군과 국민들을 선동하는 연설을 했으나 미국 정보 당국은 이 연설이 녹음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녹음된 시기는 분명치 않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29일 "사담 후세인과 아들 쿠사이, 우다이 모두어디에 있는지 그들은 도대체 말이 없다"고 말했다. 전쟁으로 다가가는 몇주 동안 후세인은 이라크의 각 부족 및 씨족과의 강화를통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했다. 40여년간 이라크의 복잡하고 유혈적인 정치에 몰두해오면서 후세인은 인구 2천600만명인 이 나라의 어떤 정치인보다도 자국민을 더 잘아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150여 주요 부족과 다시 2천여 소규모 씨족으로 갈리는 이라크에서 이는 엄청난자산이다. 최근 몇년간 후세인은 주요 부족장을 집권 바트당의 현지 지도자로 임명하거나 돈과 토지, 자동차, 무기 등을 선물함으로써 충성심을 강화시켜온 것으로 분석된다. 후세인은 또 부족 지도자들에게 자신이 그들 부족을 걱정하고 있으며 자신도 그들의 일원이라고 역설하는가 하면 시골에서 자란 경험과 달이 없는 밤에 방향을 찾는 방법 등에 관해 이야기하는데도 TV를 이용했다. 후세인은 활기차게 이야기하는가운데 현실적인 내용도 포함시키곤 했다. 미국이 기술적으로 앞서 있어 멀리서도이라크를 공격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식이다. 후세인은 지난 1월 미국과 동맹국의 군대 전부가 몰려 오더라도 이라크는 절대로 정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후세인은 "적은 파괴하고 해칠 수는 있지만우리 땅을 결코 점령할 수 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씨족과 부족장들은 후세인의 신뢰와 제스처에 호응하고 있다. 금테를 두른 검정색과 갈색 전통복장을 한 족장 수십명이 이라크 전국에서 후세인에게 충성을 재다짐하고 전투명령을 하달받기 위해 지난주 바그다드로 몰려 들었다. 남부 지 카르 성에서 온 한 족장인 무시트 알 셰이크 알 샴시는 30일 바그다드의 한 호텔밖에서 "연합군은 전투기로 우리를 공격할 수는 있지만 우리는 소총으로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남부 수크 엘 셰이우크 마을에서 온 말레크 알 바지도 "여기는 우리 땅"이라면서 "후세인의 지도하에 우리 땅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사담의 제스처는 남부에서 부족 민병대가 전투의 상당 부분을 떠 맡아 몇몇 도시에서 강력히 저항하면서 미국과 영국군의 바그다드 진격을 지연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바그다드 AP=연합뉴스) lhy@yna.co.kr